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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秋風:수이푼)에서 수청(水淸:뒷날의 파르티잔스크)까지 한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모두 돈 안중근과 엄인섭, 김기룡 일행은 다시 소왕령(小王嶺:우수리스크)에서 화발포(河發浦:하바롭스크)까지 기차로 모병과 모금을 위한 유세여행을 나섰다. 화발포에서는 때마침 녹기 시작한 아무르 강을 기선으로 오르내리며 인근에 흩어져 근교(近郊) 농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개척마을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5월이 되어서야 연추로 돌아와 그 기나긴 유세여행의 뒤를 대준 최재형을 찾았다. 최재형이 그간의 경과를 다 듣기도 전에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지들의 성과는 이미 지난달부터 이곳 연추에도 나타나고 있었네. 여기저기서 군자금을 부쳐오는가 하면 의병에 나서겠다는 사람들도 잇따라 모여들었네. 특히 의병은 그럭저럭 100명 가까이나 모여들어 보름 전부터는 내 농장 부근에 따로 거처를 마련하게 했지. 며칠 전에 가보니 한 200명은 묵을 임시막사와 함께 제법 모양 나는 군사훈련 시설까지 갖췄더구먼. 그래서 전제익(全齊益) 대장(隊長)에게 맡겨 그들을 훈련시키게 했네."

전제익은 대한제국 지방 진위대(鎭衛隊) 장교로 일본의 군대해산에 맞서 싸우다가 의병이 된 사람이었다. 서북 의진(義陣)에 들어 싸웠으나, 일본군의 모진 토벌에 배겨나지 못하고 국외로 망명하여 연추로 오게 되었다. 최재형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가장 전투 경험이 많고 군사지식이 풍부해 새로 만들어진 부대를 훈련시키는 데는 적임이었지만, 안중근에게는 최재형의 말이 조금 뜻밖이었다.

"이범윤 부대의 창의소(倡義所)로 보내지 않고 새로 부대를 만드시려고 하십니까?"

안중근이 마음속의 의문을 숨기지 않고 바로 물었다. 안중근이 알기로 그때까지 최재형과 이범윤은 병력을 키우는 일을 명확하게 분담해 오고 있었다. 곧 재정은 최재형이 전담하고 군사(軍事)는 이범윤이 맡아 흔히 이범윤 부대로 불리는 연해주 의진을 키워왔다.

"일이 그렇게 되었네. 이제는 우리 동의회(同意會)도 독립된 부대를 가질 때가 되었네."

일러스트=김지혁

그 말을 듣자 안중근은 그 겨울 최재형이 따로 동의회를 만들고 그토록 정성 들여 길러온 까닭을 알 듯하였다. 자신이 이끌 의병세력의 모체(母體)로 삼으려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연해주 의진이 둘로 나뉘게 되는 꼴 아닙니까? 의암 선생께서는 모두 하나가 되어 일본과 싸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안중근이 실망과 걱정을 감추지 않고 그렇게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최재형은 단호하였다.

"싸울 때는 함께 힘을 합치면 되지 않는가? 부대를 따로 꾸민다고 바로 저쪽 부대와 대적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거기다가 지금 이범윤 부대는 우리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사람도 돈도 넘쳐나는 판이네. 이들을 끌고 그리로 가봤자 거추장스러워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받는 최재형의 얼굴에는 단순한 선망을 넘어서는 어떤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그건 또 어찌 된 일입니까? 저쪽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자네들이 유세를 하고 다니는 동안 저쪽에는 단번에 1만 루블이라는 거금이 들어왔네. 이범윤 대장의 조카 이위종이 페테르부르크에서 군자금으로 가져온 걸세."

"그렇다면 헤이그 밀사로 갔던 그 이위종 선생 말입니까? 일본이 궐석재판에서 종신징역을 선고한…."

"그렇다네. 더군다나 그 돈이 대한제국 황실(皇室)의 내탕금이란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도 함빡 그리로 쏠린다네. 벌써 옛날 성세(聲勢)를 넘어 모인 군사가 600이 넘는다던가."

그런 최재형의 말투에는 까닭 모를 자조까지 섞여 있었다. 드디어 일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음을 안 안중근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동의회를 공식화할 것을 권유하였다.

이에 다음날 최재형의 집에서는 떠들썩한 잔치와 함께 동의회의 결성이 뒤늦게 공식화되었다. 최재형은 동의회 총재가 되고, 주로 최재형 쪽에서 일하던 전제익, 백삼규, 황병길 등은 안중근과 엄인섭, 김기룡 형제와 함께 동의회 평의원으로 참여하였다. 또 새로 만든 의병 부대의 대장은 전제익이 되고 안중근과 엄인섭은 그 훈련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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