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의) 국장(國葬) 결정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국장이냐 국민장이냐 하는 것으로, 고인의 장례를 앞두고 이거다 저거다 말이 나오지 않게 원칙을 정확히 정하자"고 말했다. 이 총재가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으나 이날 그의 발언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번 국장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장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첫 번째 논거는 관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6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결정하면서 "국민장은 일반적으로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대통령 영부인, 국무총리, 대법원장이 서거했을 때 적용되는 것"(당시 국정홍보처 브리핑)이라는 관례를 제시했었다. 또한 정부와 유족들 간의 줄다리기 끝에 국장으로 결정된 과정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 장례 절차가 협상 대상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치 않았으며, 지지층에 따라 찬반이 엇갈림으로써 국민통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지적(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나왔다. 국민행동본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들은 '국장 거부운동'까지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국장과 국민장의 구분이 모호한 관련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장과 국민장을 하나로 통합하든지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쪽으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우리에 비해 관련 규정이 명확한 편이다. 국장과 국민장의 구분이 없이 국가장(state funeral)으로 통일돼 있고 '전·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는 국가장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실제 국가장으로 할지 여부는 가족들이 결정한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레이건,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루스벨트와 닉슨 전 대통령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영국은 명문 규정이 없이 현직 총리와 국왕이 협의해 예외적으로 국장을 거행한다. 프랑스는 전직 대통령 서거 때 국장으로 치른 전례가 없고 대부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일본은 직책과 국가 공헌도에 따라 국장, 국민장을 치르는 우리와 비교적 유사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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