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또다시 오리무중 상태로 돌아갔다. 러시아측은 "수일 내 재발사가 가능한 정도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정부나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술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밸브 구동 압력탱크 문제

나로호 발사 7분56초를 남겨두고 발사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전자시스템이다. 자동시퀀스는 일종의 센서 분석 시스템이다. 발사 전까지 나로호에는 각종 케이블이 연결된 지지대가 붙어 있다. 이 케이블은 나로호 내부에 설치된 각종 센서로부터 온도나 압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 자동시퀀스 시스템으로 보낸다. 이날 자동시퀀스는 발사체 내 밸브를 구동시키는 고압탱크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것을 포착했다. 고압탱크에는 헬륨가스가 들어 있다. 이 탱크의 압력이 떨어졌다면 헬륨가스가 샜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우주항공분야 전문가들은 "탱크를 밀봉시키는 패드의 문제라면 쉽게 교체할 수 있지만, 고압탱크의 구조적 문제라면 상당기간 발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한의 우주공간에서 작동하는 로켓의 부품이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면 설계부터 잘못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단 로켓 국내인수후 전기 점검만

정부 발표로 보면 문제가 된 고압탱크는 러시아가 제공한 하단 액체연료 로켓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단 고체연료 로켓에는 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하단 엔진은 러시아에서 시험을 완료한 것"이라면서도 "국내 인수 후 전기점검 외에 다른 시험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률이 9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문제는 나로호 하단의 모델이 된 로켓은 아직 한번도 발사하지 않은 개발진행형이란 데 있다. 정부는 최근 나로호 하단 로켓 엔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나로호 하단은 러시아 흐루니체프가 차세대 위성발사체로 개발 중인 앙가라의 하단과 하드웨어는 동일하고 소프트웨어만 변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앙가라의 첫 발사는 2011년으로 잡혀 있다.

그런데 러시아측은 "7월 30일 앙가라 1단 연소시험을 실시했으며, 오는 9월에 2차 연소시험 등 모두 3차례 연소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나로호는 한 번 연소시험을 하고 발사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약조건이 1회 시험이었고 러시아에서 나로호와 똑같은 하단 로켓으로 연소시험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러시아가 자신들 개발 목적에 맞게 추가 연소시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계약이 이상한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하단 로켓에 대한 연소시험을 국내에서 하지 않은 데 대해 "연소시험을 하면 발사용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석연치 않다. 미국에선 발사할 인공위성까지 탑재한 상태에서 발사 전에 연소시험을 한 경우도 있다. 더구나 앙가라 하단 로켓은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는 말도 있다. 한 번 연소시험하고 버릴 게 아니라는 말이다.

러시아 기술진, 대책 논의 19일 오후 전남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7분여를 남기고 나로호의 발사가 연기된 후 러시아 기술진이 모여 기술적 장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발사 중단 사태에 당황

항공우주연구원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왔다고 하지만 이날 발사 중단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우주발사체사업본부장은 발사 17분 전인 4시43분 전 모든 발사 준비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 이어 900초간의 자동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앞서 발사 2시간 전인 오후 2시47분에 나로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했다. 이때부터 나로호 상단에는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극저온으로 유지하는 냉각재로 인해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사 8분 전 발사지휘센터에서 연구원들이 화면을 가리키며 조광래 본부장에게 무슨 내용을 지적했다. 그러자 조 본부장은 자료를 검토하며 헤드셋으로 발사체통제센터(LCC)와 뭔가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 카운트다운 시계는 발사 전 7분56초로 멈춰 있었다. 일단 기상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날 오전엔 나로우주센터에 옅은 구름이 있었으나 정오께 말끔히 사라졌다. 바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결국 발사 직전 분리됐던 기립장치가 다시 나로호와 연결됐다. 연료와 산화제 배출 등으로 인해 한·러 기술진은 오후 9시30분 후에나 발사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연료 주입 단계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기술적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면 발사대에 세운 상태에서 다시 연료 재주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오전 한·러 기술진의 분석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이슈] 중단된 나로호 무슨일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