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18일 서거 1~2시간 전까지 의식이 있었으며, 가족과 눈빛을 마주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 내과 장준 교수와 신장내과 최규헌 교수,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이날 오후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서거 전날인 17일 밤 11시쯤부터 혈압이 떨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해 의료진이 산소공급 수치를 높였다”며 “오늘 오전 6~7시쯤 또다시 상태가 (악화 쪽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았고 오후 1시43분에 임종하시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거 전 심정지가 왔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심폐소생을 해서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경우에는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 동안 고비를 넘길 때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아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아주 편안하게 가셨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서거 1~2시간 전까지 가족들과 눈빛을 마주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으나 직접 말을 하지는 못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와 홍일·홍업·홍걸 3형제 및 손자·손녀 등 가족들과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박지원 등 동교동계 핵심측근들이 김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켰다.

장 교수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눈을 멍하니 뜨고 있는 것과 의식을 갖고 눈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진이 아니라도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것은 폐렴 때문이었지만 폐렴이나 폐색전증, 급성호흡곤란증이 나타나면 사인이었던 다발성 장기부전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한 것이냐는 질문에 “고령이고 신장이나 뇌나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등의 발표를 계속 해왔다”며 “다발성 장기부전이 폐와 혈액계통에서 일어나 간으로 이어졌으며 신장투석은 서거 2시간 전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의사 처방을 평소에 매우 잘 따르셨고, 필요 없거나 증명되지 않은 약은 전혀 드시지 않아 심장은 매우 튼튼하셨다”고 말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7월 13일 폐렴으로 입원하셨지만, 마지막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해 심장이 멎으셨고 급성호흡곤란 증후군과 폐색전증 등을 이겨내지 못하셨다"라고 발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