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준형(36)이 가족 뮤지컬 '아기공룡 둘리'(9월 27일까지 서울 잠실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마이콜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 '아기공룡 둘리'는 김수정 화백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김수정 선생님께서 직접 저를 마이콜로 선택하셨어요. 제가 개그 프로그램에서 마이콜 흉내를 많이 내기도 했죠. '아기공룡 둘리'를 비롯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특히 둘리는 이제 한국의 미키마우스가 된 것 같아요."
박준형에게 ‘아기공룡 둘리’는 ‘후크선장과 띠보’에 이은 두 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개그 콘서트를 통해 무대에 많이 올랐지만 뮤지컬 공연은 제게 또 다른 느낌을 줘요. 순발력보다는 하나의 캐릭터로 2시간 정도 이어나가는 지구력이 필요하니까요.”
그는 요즘 KBS '개그콘서트' 대신 MBC '개그야'에 출연 중이다. "정종철과 함께 KBS에서 MBC로 넘어온 지 1년 정도 됐어요. '개그야' 시청률은 조금 올랐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갈갈이' '마빡이' 등처럼 대중에게 각인되는 캐릭터가 잘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어요."
박준형은 개그 아이디어를 주로 신문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최근 들어 사설을 주로 읽고 있어요. 개그맨들에게는 책 한 권보다 신문 하루치가 더 소중한 아이디어 보고인 것 같아요. 요즘 조선닷컴 ‘조엔’에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자랑스럽기도 해요.”
KBS에서는 라디오 ‘박준형의 4시엔’을 진행 중이다. “매일 출근하니까 직장 같아요. 프로그램에 광고도 잘 붙어서 칭찬을 많이 듣고 있죠. 음악을 좋아해서 저와 잘 맞아요.”
박준형은 공연·방송 활동과 함께 ‘갈갈이 패밀리’ 대표를 맡고 있다. ‘갈갈이 패밀리’에는 개그맨 정종철·변기수·오지헌·송병철·서남용 등이 소속되어 있다. “대학로 공연이 회사 수입의 전부예요. 그래도 월급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막내라도 생활비는 가져갈 수 있을 정도라 다행이에요. 후배들 중에서는 사물 흉내 개그를 하는 서남용이 잘 풀리지 않아 안타까워요. 외국인들도 웃길 수 있는 ‘논버벌 개그’를 하는 후배인데 적극성이 조금 부족해요.”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와 백제예술대학에서 개그 강의를 하며 후배도 양성하고 있다. “서울종합예술학교는 코미디학부 학생들이라 정말 열심히 공부해요. 백제예술대학은 방송연예과예요. 탤런트,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꿈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죠. ‘아기공룡 둘리’에 저의 제자들이 작은 배역으로나마 출연하고 있어요.”
박준형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동안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챔피언 마빡이’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 등에 출연해왔다. “아기공룡 둘리를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로 찍어보고 싶어요. 물론 많은 자본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갈갈이, 옥동자, 마빡이에 이어 둘리처럼 생명력이 긴 캐릭터를 만들어 영화를 찍고 싶어요.”
그의 부인은 동료 개그맨 김지혜. "개그맨 부부가 재미있게 잘사는 것 같아요. 요즘은 특히 결혼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가 홈쇼핑에 출연하면서 수입이 저보다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안영미는 제 아내 김지혜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두 사람 슬하의 자녀는 2녀. "이름은 주니, 혜니예요. 준형 2세, 지혜 2세를 줄인 말이죠. 저는 집에서 아이들과 잘 놀아줘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아버지이자 남편이죠."
박준형은 연예계에서 효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부친은 15년간 당뇨병을 앓다가 2000년 작고했다. "총각 시절에는 어머니께 해외여행을 많이 보내드렸어요. 오랫동안 아버지 병수발을 하시느라 꼼짝도 못하셨거든요. 최근에는 어머니 차를 업그레이드 해드렸어요. 72세이신데 아직도 운전을 직접 하세요. 운전하는 걸 즐기세요."
그는 대학교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박준형은 인하대 경영학과 92학번이다. "길거리에서 음악 카세트테이프를 판 적이 있어요. 장사는 잘됐지만 불법복제물이라 양심의 가책을 많이 받았어요. 조금 하다가 그만뒀어요. 밤에는 주유소 총무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박준형의 어릴적 꿈은 개그맨이었고, 프로레슬러도 되고 싶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머일번지’를 재미있게 봤어요. 만화책도 많이 읽었죠. 당시 읽은 만화책도 개그 아이디어 원천 중 하나가 되고 있어요.”
그는 대학시절 교내 개그 동아리를 조직했고 1997년 4월부터 KBS개그맨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리포터로 활동했고 대학로에서만 개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던 개그맨들이 대학로에 모여서 실력을 연마했어요. 이때 정종철·이승환을 만났고 ‘갈갈이 삼형제’를 결성했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전우들이에요. 갈갈이 캐릭터로 수천 개의 무를 갈았죠.”
박준형은 개그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을 꿈꾸고 있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나중에는 개그 프로그램도 외주 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개그맨에 대한 대우도 나아지고 개그 소재도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 MC보다 정통 코미디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개그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후배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는 멋진 개그콘서트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