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행 전산망에 침입해 한국인 수십명의 계좌에서 4억5000만원(약 250만위안)을 빼돌린 조선족 해커 2명이 중국 경찰에 구속됐다.

10일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구 경찰은 옌지(延吉)시 궁위안제(公園街)에 사는 박모(27)·김모(27)씨 등 2명을 지난 6월 체포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옌볜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작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국민은행 등 한국 은행들의 전산망에 83차례 침입, 한국인 86명의 저축 계좌 등에서 4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액수는 중국인이 외국인 계좌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불법 인출한 금액 중 사상 최대라고 중국 경찰이 밝혔다.

옌볜 경찰은 올 4월 한 한국인이 '지린성의 중국 네티즌이 내 계좌에서 돈을 빼갔다'고 신고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한국 경찰이 관련 자료를 추가로 보내 보강 수사를 벌여 두 사람을 검거했으며, 한국 경찰이 보낸 자료보다 더 많은 범행을 밝혀냈다고 옌볜 경찰은 설명했다.

박·김씨는 해킹으로 빼돌린 4억5000만원을 중국 및 한국의 지하 전주(錢主)들을 통해 중국으로 밀반입하려 했지만 일부인 50만위안(약 8980만원)만 자신들 계좌로 옮겼다. 경찰은 나머지 돈은 중간 전주들에게 수속비 등으로 지불하고 일부는 아직 한국의 숨겨둔 계좌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수사 당국과 공조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구속된 박씨와 김씨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의 해킹을 통해 확보한 한국인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6개월 넘게 개인 이메일 계정을 엿보면서 금융정보와 신상정보를 치밀하게 챙겼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피해 고객은 인터넷 뱅킹 등 금융거래에 사용하는 보안카드 등 금융정보를 스캔해 사진 파일 형태로 이메일이나 개인 PC의 하드디스크에 보관해 오다가 해킹당했다"면서 "공인인증서는 PC보다 USB 같은 이동식 저장 매체에 저장해 사용하고, 은행 인터넷 뱅킹 계정이나 이메일 비밀번호는 수시로 변경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