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때 흡연은 양미(凉味)를, 추울 때 흡연은 온미(溫味)를 주고,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식후, 용변시, 기침(起寢)시의 제일미(第一味)쯤은 상식적이며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 김동인이 '연초의 효용'에 쓴 담배 예찬이다. 황순원도 '슬픈 일을 태우려 담배를 뻐금여 온 때문에 이젠 (담뱃)대만 물면 슬픈 일이 반짝인다'고 했다.

▶그렇듯 담배는 막힌 생각을 틔워주고 근심을 가라앉히고 권태를 달래주며 피곤을 덜어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담배 피우는 이유로 58%가 '습관'을 꼽고, 그 다음이 '스트레스 해소'(32.5%) '심심해서'(4%) 순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혐연(嫌煙) 바람 속에 각국의 흡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서구에선 흡연자를 우유부단하고 지저분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화돼있다.

▶우리도 2004년 57.8%이던 흡연율이 2005년 담뱃값을 500원씩 올린 뒤 2006년 44.1%, 2007년 42%로 매년 떨어졌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와 갤럽이 조사한 올 상반기 성인 남성 흡연율이 41.4%로, 작년 상반기 40.4%보다 높아지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졌다. 당국은 담뱃값 인상이나 담뱃갑 경고문 같은 종래의 금연정책 약발이 떨어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흡연율이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경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캐나다는 2000년 세계 처음으로 담뱃갑에 흡연으로 망가진 폐나 심장, 구강암으로 흉측해진 이빨 사진을 넣었다. 한 해 자동차 사망 2900명, 자살 3900명인데 담배로 인한 사망은 4만5000명이라는 그래프도 그려넣었다. 그랬더니 24%였던 흡연율이 1년 만에 22%로 줄었다. 싱가포르도 15%대였던 성인 흡연율이 경고 그림을 넣은 2004년 12.6%로 떨어졌다.

▶유럽연합(EU)에선 경고문도 담뱃갑 절반쯤 되게 크게 만들어 '흡연은 정자생산 기능을 손상시켜 임신율을 감소시킨다' '흡연은 심장발작과 졸도를 일으킨다'는 자극적 문구를 쓴다. 마크 트웨인은 "모든 것의 '처음'은 단 한 번 있지만 담배는 '마지막'이 수없이 많다"고 했다. 그만큼 담배는 끊기가 어렵다. 우리도 담뱃갑에 무시무시한 흡연 사진과 경고문을 넣을 만하다. 무엇보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찾는 일이 없도록 우리네 삶이 만사형통이라면 좋겠지만 이래저래 고단한 일만 가득하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