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격렬한 몸싸움 속에 미디어 관련 법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즉각 법안 무효화와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방송노조와 일부 이익단체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당분간 정국은 냉각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의장과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쇠사슬까지 동원해 봉쇄하고 표결도 막는 바람에 한나라당친박연대, 무소속 일부 의원들로만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 148명을 겨우 넘긴 가운데 진행됐다. 자유선진당은 본회의에 참석해 '찬성' 투표를 하려 했으나 민주당 측이 입장을 막는 바람에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 관련 법률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등의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사업 참여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1980년 신군부가 위압적이고 강제적인 언론통폐합,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치를 통해 만들어 낸 방송독과점 미디어 산업 구조가 일부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난투극 국회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미디어법안이 차례차례 통과되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과 국회 경위들을 향해 뛰어들며 항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장 안팎에서 고함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최악의 난투극을 벌였다.

개정 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의 경우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했다. 또 케이블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30%, 인터넷방송(IP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49% 한도내에서 각각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과 신문사는 어떤 방송사도 독자적으로 소유하거나 경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은 방송 사업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규정했다.

그동안 미디어법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여론독과점 규제 관련 주장이 반영된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측의 출입 봉쇄로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주당측의 저지로 국회 청사에 들어오지 못한 채 사회권을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부의장에게 넘겼다. 신문법은 재석 의원 162명 중 찬성 152표·기권 10표로, 방송법은 재석 의원 153명 중 찬성 150표·기권 3표로, IPTV법은 재석 의원 161명 만장일치로 각각 가결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이 원내에서만 싸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나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것"이라고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또 이 부의장이 방송법 1차 표결에서 재석의원수가 정족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표결을 실시해 통과시킨 데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원천무효"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른 법안 역시 대리투표 의혹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