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눈을 감고있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서울중앙지검장)가 14일 자신의 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와 고급 승용차 리스 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천 후보자는 이날 저녁 8시30분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사퇴의 변'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사퇴의 변 발표 직후 "대통령과 나라의 짐이 되고 국민의 상실감이 컸다"며 "모두가 내 부덕의 소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15일 중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함으로써 내정을 철회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천 후보자의 사퇴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지난달 21일 내정된 지 23일 만으로, 검찰총장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것은 지난 2003년 검찰총장직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천 후보자는 그간 서울 신사동 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 친분 있는 기업가 회사의 차량 리스 의혹 등 사적인 문제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왔으며, 13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의혹이 더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서열 파괴와 검찰조직 일신(一新)을 내걸고 깜짝 발탁한 천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검찰은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검찰의 최고위 간부들인 천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 고검장들이 14일까지 모두 사퇴하면서, 후임 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총장 대행을 맡아 조직을 운용하게 된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김경한 법무장관은 이날 전국 검찰에 조직의 안정과 동요 방지를 당부하는 지휘 서신을 내려 보냈으며, 이날 저녁 내내 전국의 일선 검사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휘부 공백 상태에서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