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현재 우리나라 최고 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양현석 대표는 힙합 클럽 DJ이기도 하다. 8년째. “빅뱅, 2NE1, 세븐, 지누션, 원타임 등이 소속된 회사를 꾸려가는 일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법 한데, 웬 DJ?” 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듯 하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 클럽 DJ로 밤을 지샌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 때문에 3일 연속으로 그의 노래를 시리즈로 사람들에게 들려줬다”는 그다.

“제가 YG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기획자이기는 하지만, 결국 제가 하는 일의 50%는 사운드와 관련된 일입니다. 가수들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작곡가들은 좋은 노래를 만들지만 저는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중에서 좋은 사운드를 콕 집어내는 일을 하죠. 물론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엔지니어들이 있지만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어요. 이승엽이 매번 타석에 나와 홈런을 치지 못하는 것처럼 이들도 몇 곡은 잘 해도 나머지 몇 곡에서 ‘헛스윙’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음악을 직접 만든 사람들만큼 애정을 갖고 사운드를 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양 대표는 “클렙에서 디제잉을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에 대한 실질적인 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기 위해 내가 직접 만든 ‘사슬’이 바로 DJ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에게 DJ 활동은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숨통을 틔워주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그는 “제가 사람들과 놀기 위해 술집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생활을 한다”며 “그래도 클럽에서 DJ로 활동을 하니까 젊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사운드에 대한 집착은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는 음악계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그는 “아무리 불법 다운로드 받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해도 그 말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절대 따르지 않는다”며 “그렇게 얘기할 시간에 차라리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옷이나 가방에서 명품을 찾듯이, 우리가 컴퓨터 스피커나 조악한 이어폰으로는 들을 수 없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서는 도저히 구현될 수 없는 뛰어난 사운드를 음반을 통해 만들어낸다면 결국 사람들은 YG의 음악을 찾게 될 겁니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인 거죠.”

그는 “우리나라가 특별한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도 아닌데 문화 콘텐츠 수출이 얼마나 중요하겠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정부측에서 너무 음악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치 연설할 때만 콘텐츠를 강조하시는데, 직접 만나서 말씀을 들어보면 너무 아는 게 없으세요. 가슴이 아프죠.”

그는 일본 음반시장을 부러워했다.

“지금 일본이 세계 최고의 음반 시장 중 하나가 돼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외국 가수들도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싼 개런티에 일본에서 공연을 하는 거고요. 그게 바로 콘텐츠의 힘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가짜를 싫어하죠.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강하구요. 우리하고는 많은 점에서 달라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대표(좌),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우).

양현석은 음악인 출신으로 우리나라 음악계를 이끄는 기획사 사장이라는 점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과 닮아있다. 양현석은 “두 사람을 모두 존경한다”고 말했다.

"제가 못하는 일을 잘 하시니까요. 저도 간혹 소녀시대, 원더걸스 같은 팀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어요. 새로운 일이잖아요. 전 늘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워낙 잘 하셔서 제가 끼어들 틈이 없어요."

양현석은 "이수만 선배님과 제가 비교되는 것 자체는 무척 영광"이라며 "나이도 저보다 17살 많으시고 일단 저와 동시대 분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정말 실력을 겨뤄야 한다면 17년 후의 저와 지금의 이수만 선배님을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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