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강원도 원산 인근의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동해상으로 7발의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다. 이 7발의 미사일은 사거리(射距離) 500㎞의 스커드 C, 1000㎞의 신형 스커드, 1300㎞의 노동 미사일 등이라고 한다. 북한은 지난 2일에도 함흥 인근 기지에서 KN 단거리 미사일 4발을 쐈다. 지난 4월5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롯해 올 들어 모두 18발의 미사일을 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올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비용으로 총 7억~8억달러가량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5월25일 핵실험에 3억~4억달러, 장거리 로켓 발사에 3억달러, 스커드 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데 400만달러, 노동 미사일 1000만달러 등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은 북한의 연간 식량부족분을 100만t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여름 기준으로 국제 시장에서 쌀 100만t 구입비용은 3억달러 정도다. 북한이 올 상반기에 실시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비용은 2년치 식량부족분을 사들일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이 4일 하루 동안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2006년에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장거리 미사일 등 7발의 미사일을 쐈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초 출범 직후만 해도 대북(對北) 대화를 제의했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보상(補償)하는 과거의 패턴을 깨뜨리겠다"며 제재(制裁)와 압박으로 방향을 바꿨다. 여기에 맞서 북한은 한국과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유엔의 대북 제재에 이어) 대북 추가 제재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고, 대북 제재 문제를 전담하는 필립 골드버그 특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특사는 중국을 찾아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북한의 의심스러운 계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계좌 동결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 같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치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최근 실시된 일련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상당한 성능 개량에 성공했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정확성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국지적 군사도발이나 3차 핵실험을 다음 카드로 꺼내 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북한은 작년 여름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3남 김정운에게 권력을 물려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권력 내부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군부 강경 세력이 김 위원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당분간 북한의 잘못된 핵·미사일 도발을 제재하는 국제 공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북한 내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북한 상황을 냉철하게 예측하고 치밀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