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버젓이 국내 대학에서 원어민 교수로 일하는가 하면, 일선 구청에서 허위 학력을 내세워 외국어 강사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조선닷컴 취재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한 국내기관들은 사실이 밝혀지자 당사자를 해임하거나 사표를 받고서도 대외적으로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사태 무마에 급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엉터리 원어민 외국어 강사들이 국내 교육기관을 옮겨가며 활동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격 원어민 강사들이 단속 사각지대를 틈타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본국에서 범죄 저지르고 한국서 버젓이 교수행세

본국에서 공금횡령·사기 등 범법 행위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캐나다인 M(48)씨는 최근 수년간 국내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던 것으로 조선닷컴 취재결과 밝혀졌다.이 사람은 그동안 국내 수사기관의 조사는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M씨는 1995년 캐나다의 에드먼튼(Edmonton)에서 변호사 재직 당시 9차례 이상 회사 돈을 횡령하고 사기, 절도를 저질러 이듬해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을 어겨가며 끊임없이 사건을 맡아 부당이득을 취한 M씨는 변호사 자격 자체를 박탈당했다.

M씨는 이후 캐나다를 떠나 한국에 입국, '교수' 호칭을 들으며 국내 여러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2005년 초 서울 소재 A 대학에서는 2년 계약의 전임 교수로 임용되고도 전과 기록을 요구하는 학교에 1년 넘도록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학측은 나중에야 M씨가 교수 임용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학측은 해임이 아닌 M씨의 개인적 사유로 인한 사직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M씨는 이후에도 수 차례 학교를 옮겨가며 교수직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해 지방의 B 대학 재직시절, 학생들에 의해 전과가 알려져 또 해임됐다고 학교 관계자가 확인했다.

그러나 B 대학 관계자는 "절도, 사기 전과를 가진 교수를 임용했다"는 소문이 새나갈 것을 우려해 이 사실을 숨겼다고 털어놨다. 수사기관의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M씨는 홍콩으로 옮겨 현재 모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측 입장에서 범법자를 고용한 사실을 신고할 경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므로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청 영어회화 강사도 엉터리

고졸 학력인 호주 출신 E(여·33)씨 사례 역시 엉터리 영어강사에 서울시민들이 농락당한 케이스다. E씨는 거짓으로 본인 이력서에 대학 학사 출신이라고 밝혔고, 지난 2007년부터 지난 달까지 서울의 한 구청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일했다.

해당 구청측은 “공신력 있는 업체로부터 소개받아 고용한 강사다"면서 "재직기간 동안 E씨에게 수 차례 학위 증명서를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위 증명서를 내지 않았는데 왜 즉각 해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구청 관계자는 “업체에서 증명한 사람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많은 학부모와 구민들은 1년전부터 E씨의 허위 이력에 대한 제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구청측은 알아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선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구청측은 지난 달 뒤늦게 E씨를 해임했지만 경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E씨의 경우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근거가 미비해 사실상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된 상태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이력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비슷한 수법을 반복할 염려가 있지만 외국인 강사를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 처벌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거짓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2년 넘게 영어강사로 일한 E씨는 별 제재없이 국내 체류 중이다. 현재 E씨는 국내 영화나 방송계에 외국 배우들을 섭외해주는 연예기획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