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순 충북대 명예교수·문화역사지리학회 고문

23일자 A6면의 아제르바이잔 기사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여기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앞서 11일자 A6면에서도 "카자흐스탄 정부로선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한국이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더 매력적"이란 문장도 나온다.

위의 문장에 들어 있는 '지정학적'이라는 표현은 '지정적(地政的)'이나 '지리정치적'으로 바뀌어야 옳다. 가령 "수출 증가 정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하여 한국의 '경제학적' 사정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썼다면 이 문장에서 '경제학적'이라는 표현은 '경제적'으로 바꾸어야 맞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정학적' 상황이라는 것은 지정학의 발전과 관련된 학문적 상황, 가령 지정학자의 급격한 감소나 지정학에 대한 사회적 지탄 증대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지, 어떤 지역 내의 사실이나 현상으로서의 상황, 즉 지정적(지리정치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지정학은 독일 정치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이 쓴 '정치지리학'(1897)의 논리에 영향을 받은 스웨덴 정치학자 요한 J 첼렌에 의해 1916년 만들어진 '지리에 관련된 정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치를 지리와 관련해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지정학적'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추론된다. 영어로 지정학은 'geopolitics', 형용사는 'geopolitical'이다. 문맥에 따라 '지정학적'으로도 번역되고 '지정적'으로도 번역된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과 '지정적'을 구분해서 제대로 쓰고 있다.

하지만 요새 언론이나 증시 전문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구분 없이 '지정학적'이라는 단어를 점점 많이 쓰고 있다. 이번 지적을 계기로 '지정학적'과 '지정적'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구분되고 옳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