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에서 '학원'이 필수가 된지 오래지만, 초등 저학년 아이들까지 학원으로 내몰아야 할까? 교사와 고수 엄마들은 "저학년 아이들은 교과서와 엄마의 정성만 있으면 학원이 필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1, 2학년 교과서가 개편되면서 엄마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잘 살펴보면 초등 교과서엔 엄마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영란씨가 아들 곽준혁(9)군,딸 예빈(8)양과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고있다.

◆초등 저학년, 교과서가 최고의 선생님

초등 2, 3학년 자녀 둘을 키우는 전영란(41·경기 고양 일산동구)씨는 "교과서를 다 알아야 공부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기보다 집에서 교과서로 전 과목을 직접 가르친다. 전씨는 "엄마가 교과서를 항상 확인하니 아이들도 수업시간에 더 열심히 듣는다"며 "또 예습을 하면 자신감이 생겨 발표하는 데도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전씨의 교육 비결은 간단하다. 국어는 교과서 읽기에서 시작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같이 사전을 찾아보고, 그 단어를 활용해 짧은 글짓기를 시켜본다. 또 "네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교과서엔 지영이네 윗집에서 쿵쾅쿵쾅 시끄럽게 구는 사례가 나와 있네. 만약 우리 윗집이 시끄러우면 어떻게 할까? 또 우리가 시끄럽게 하면 아랫집은 어떨까? 자, 그럼 지영이네 아파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는 식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수학은 수업시간에 틀린 문제 위주로 점검한다. 세 번 풀어보기 전에는 틀리더라도 절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같은 문제를 몇 번씩 틀리기 때문에 오답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과학이나 사회는 체험 위주의 교육을 많이 한다. 교과서에 나온 간단한 실험을 함께하거나, 교과서 속 장소로 나들이를 가는 식이다. 사회 교과에서 돈을 가르치면 화폐박물관을 찾거나, 지역 교과에 나온 산에 직접 올라보는 등 교과 위주의 체험여행을 자주 다닌다. 전씨는 "일찍부터 집에서 교과서로 공부하면서 고학년이 됐을 때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어, 하루 한두 번씩 소리 내어 읽게 하라

올해 개편된 교과서 중 가장 어려워진 과목은 바로 국어다. 예전에는 3학년에 배우던 내용, 어휘가 1~2학년 과정으로 내려왔다. 그만큼 엄마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늘었다.

국어는 읽기 책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공부방에서 혼자 읽더라도 거실에 있는 엄마 귀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읽게 한다. 하루 두 번씩만 읽어도 일주일에 한 단원을 열 번 이상 읽게 된다. 서울 동산초 송재환 교사('초등공부 불변의 법칙' 저자)는 "소리 내어 읽으면 발표력을 키울 수 있고, 반복해 읽으면서 교과서 속 좋은 문장을 외우기 때문에 쓰기 실력도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시험문제도 대부분 읽기 책 본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반복해 읽으면 시험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교과서 맨 뒤에 지문 출처가 나와 있어 미리 읽혀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과서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색깔 펜으로 표시한 뒤 '서로 설명하기' 놀이를 해 본다.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문장 전체를 보고 "어떤 뜻일까? 이 단어는 어떤 느낌이 드니?"라며 추측하고 대화해 본다. 그런 다음 함께 사전을 찾으며 정확한 뜻을 파악한다. 또 개정 교과서는 말미에 '우리말 꾸러미' 부분이 따로 마련돼 있고, '낱말 카드' '스티커' 등 오리거나 뜯어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도구까지 수록됐다. 한우리독서논술 김우철 연구실장은 "아이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도록 '활동' 부분이 강화돼 교과서가 더욱 유익해졌다"며 "찬찬히 살펴보면 엄마가 아이를 지도하는 데 편리해진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수학, '놀이마당' 보며 놀면서 공부

교과서는 무엇보다 '개념 이해'를 기본원칙으로 삼아 만든다. 교과서보다 학원 교재나 문제집을 중시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송 교사는 "80점 이하 아이들은 특히 더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중간한 문제집을 사는 것보다 교과서를 한 권 더 사서 예습·복습용으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아이들이 수학을 지겹고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문제풀이'식 교육 때문이에요. 초등 교과서에는 '게임해 봅시다' '놀이해 봅시다' 등이 단원마다 실려 있어요. 예를 들면, 두 자릿수를 배운 뒤 '0부터 9까지의 카드를 엎어놓고 두 장씩 가져간 뒤 더 큰 수를 만들어 보자'는 식이에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은 이 놀이를 한 시간 동안 신나게 해요. 학교에서는 진도가 늦어지면 이 부분을 빼고 수업을 하곤 하지요. 부모님들이 집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주면 효과가 매우 높아요."

저학년 과학수업은 대개 실험 위주다. 교과서에 '이런 실험도 있어요'라고 나온 것들은 대개 학교에서 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집에서 함께 해보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서 물을 얼리면 높이가 어떻게 달라지나' 등의 간단한 실험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회도 교과서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 교과에는 모르는 어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확한 의미를 짚고 넘어가게 돕는다. 송 교사는 "역사, 경제 등이 나오는 사회교과는 어휘를 모르면 '모르는 단어가 많은 영어문장'을 읽는 것과 같다"며 "반드시 교과서를 읽고, 어휘를 익히는 예습, 복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