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하반기 경제 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부터 예산 배정이나 정책 우선순위를 서민에게 두었지만 아직 서민생활이 최저점에서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다. 특히 서민 입장에선 어려울 때일수록 따뜻하게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장관들도 더 자주 현장에 나가라"고 했다.

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연한 하늘색 점퍼를 입고 마이크로버스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윤진식 경제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청와대 간부와 함께 찾아간 곳은 서울 이문동의 재래식 상가 밀집지역이었다. 이 대통령이 '서민생활 탐방' 행선지로 이곳을 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도 강화론'을 불쑥 꺼내 놓았을 때만 해도 "좌우 잡탕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냐"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청와대는 "중도 강화론은 안보·법치 등 원칙을 지켜야 할 부분을 지키면서 사회 경제 분야에서 힘없는 서민들에 좀더 다가서겠다는 뜻"이라고 입장을 정리했고 이후 이 대통령은 각 정책 분야를 '서민 챙기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초점을 서민생활에 둘 것을 지시한 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골목상가를 찾아가 어묵을 먹으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작년 12월 서울 가락시장 방문 이후 반년여 만이다.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작년 12월 서울 가락시장 이후 반년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만나 '불낙전골'로 점심을 함께하며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고통받는 사람이 서민층이다.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해도 서민이 제일 마지막까지 고통받는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서민센터 방문 때 만난 대구의 김밥 아줌마 최모씨 얘기를 하며 "고리 사채로 고통받고 있길래 조사를 시켰는데 어제 편지가 왔다. 일생에 고마운 일이라고 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외국어대 인근 골목 상가에서 뻥튀기 2000원어치를 사면서 "이걸 보면 틀림없이 사게 된다. 어릴 때 길에서 만들어 팔았거든"이라고 했다. 떡볶이집에서는 어묵을 들며 지나가던 고교생에게 "먹어보라"며 하나씩 사줬다.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PI(Presidential Identity·대통령 이미지)전략의 일환이다. 청와대가 최근 PI 조사를 한 결과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야당 및 좌파 시민단체로부터 '부자 정권'이라는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중도층이 이탈한 것으로 청와대는 분석하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에 대해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대선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활성화, 효율화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살려 가되 한편으로는 사회 안전망 구축 등 서민생활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그는 "이른바 미국의 공화당 정권이 표방했던 '온정적 보수주의'와 많이 닮아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친(親)서민 프로젝트'를 전개해 나가자 야당은 "공격 포인트를 잡기 어렵다"며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딴 분야는 몰라도 정치는 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이 대통령이 오래간만에 정치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6·25전쟁 59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위로연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할 것이란 확고한 신념을 한·미 미래 비전에 담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6·25를 맞아 안보 관련 행사에 여럿 참석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서민 챙기기 중도 강화론에 따라 참전용사 위로연 한 곳으로 압축하고 재래시장 방문 일정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