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상향조정했다. 지난 4월 제시했던 -2%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줄어들 취업자 수도 10만~15만명으로, 당초 예상치 20만명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1.7%로 높아지는 등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25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세가 아직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과 비교한 성장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고, 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을 비롯한 불안요인도 많아 경기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기 이후'에 대비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거론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급급했던 단계는 벗어난 만큼 기업 투자 활성화와 보건·의료 등 서비스산업 육성, 저(低)탄소 녹색성장 같은 중장기 정책과제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기부양에 따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세수(稅收)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서민생활 안정이다. 대통령도 "하반기 경제운용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했다. 정부는 서민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종합대책을 오는 30일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저소득 창업자를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를 활성화하고, 신용도가 낮은 계층에 생계자금 보증·대출을 늘리고, 영세 소상공인의 영업환경 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분기에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8.68배에 이르러, 2000년 전국 가구의 소득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 경기침체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임시·일용직 같은 저소득층 일자리부터 먼저 사라지면서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 들어 주가(株價)가 뛰고,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최상의 복지정책은 민간부문에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 투자여건 개선과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작년보다 취업자가 20만명이나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지난 1분기에 과학기술·보건복지·교육 서비스업 상용근로자는 26만6000명 늘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도 의료·관광·교육 서비스업 분야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좀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실업급여와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같은 복지혜택이 가장 적다. 노조가 과격한 투쟁에 매달리면서 우리 노사관계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실직 후 사회보장이 취약한 탓이 있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고, 우리 경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나친 재정부담도 피하면서, 경제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한국형 복지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제부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