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과 중랑천에 뱃길이 열린다. 서울시 물관리국은 안양천과 중랑천에 1960억원을 들여 수상버스와 수상택시가 다닐 수 있는 뱃길을 2012년까지 만든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완결돼 서해와 한강이 뱃길로 이어졌을 때 급증할 수 있는 지천(支川)의 수상교통 수요에 대응하고, 따로 480억원을 들여 수변(水邊)문화공원을 조성해 '문화와 낭만이 흐르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시는 더 나아가 안양천·중랑천의 수질을 대폭 개선해 '먹는 물 수준'으로 올리고, 안양천·중랑천의 철새보호구역도 일정 정도 보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뱃길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한강유람선급 배가 정기 운항함에도 먹을 수 있는 수질(水質)을 유지하고, 철새도 서식하는 환경으로 만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뱃길이 '보배'가 될지, '재앙'이 될지, 논쟁이 일고 있다.

안양천에 뱃길을 낸 뒤의 구로구 고척동‘고척나루’조감도. 2011년 건립될 예정인 돔 야구장이 오른편에 보인다.

얕고 좁은 지천에 주운(舟運)을?

시가 뱃길을 만들어 한강과 연결하려는 구간은 안양천 고척동 돔구장~한강합류부 7.3㎞와 중랑천 군자교~한강합류부 4.9㎞이다. 안양천 일부 구간과 중랑천 강바닥을 파내고, 배가 지나기에 좁은 몇몇 교각(橋脚) 간 거리를 조정해 폭 7m, 길이 25m의 수상버스(150인승) 운행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송경섭 시 물관리국장은 "다소 짧은 중랑천 뱃길은 장안교까지 연장을 추진하고, 수상버스가 들어가기 곤란한 도봉나루까지는 규모가 작은 수상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양천과 중랑천은 바닥이 높아 한강 본류 물이 자연스레 흘러들기 어려운데다 유량이 들쭉날쭉해 배를 띄우기 불리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하천 바닥을 파내 한강과 높이를 맞춰주면 자연스레 한강 물이 흘러들어 유량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하천 특성에 맞지 않는 인위적 방법이고, 퇴적층을 긁어내 치수(治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홍기 한국수자원학회장(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중랑천과 안양천은 퇴적층이 그리 깊지 않아 하류 일부를 제외하고는 준설하면 금세 암반이 나올 텐데, 암반을 깨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도시지역 지하수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조건상 주운 도입을 권할 만한 하천이 도저히 아니란 것이다.

"수질개선" "환경파괴" 논란 일어

서울시는 중랑천 상류의 경우 준설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안양천은 바닥이 대체로 평탄해 무리가 없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중랑천은 상류 준설을 포기하되, 우선 퇴적층이 두꺼운 군자교 또는 장안교 부근까지 1단계로 뱃길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봉나루까지 연결되는 상류 구간엔 추후 2단계로 규모가 작은 수상택시를 도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준설을 통해 수심이 깊어지고, 여기에 중랑물재생센터 등에서 나오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2~3PPM가량의 맑은 물을 추가 공급하면 수질이 크게 개선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현재 저수로 폭이 113~240m 안팎인 중랑천·안양천에 수로 폭 40m쯤은 수상버스가 다니게 하고, 나머지는 깨끗한 물에서 뛰어놀 물놀이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준설 뒤 계속 배가 드나드는 하천의 수질을 맑게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하천 바닥을 뒤집어엎으면 본래 생태적 정화 기능이 훼손돼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하천 유역이 좁고 오염원 유입이 쉬운 중랑천이나 안양천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올리면 집중 호우가 올 때 홍수 피해가 날 가능성만 커진다"고 말했다. 중랑천과 안양천의 철새보호구역 등 조류서식지가 파괴될 거란 우려 역시 크다. 서울시는 "뱃길과 철새 보호구역 사이에 벽을 두거나 해서 분리하면 어느 정도 서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윤무부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좁은 지천에 배가 다니면 지금처럼 여러 새들이 살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중랑천과 안양천에 수많은 새가 새끼를 기르며 사는데 그곳을 뺏기면 열악한 서울 환경에선 달리 갈 곳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