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25 사변, 6·25 동란(動亂), 한국동란, 6·25 전쟁, 한국전쟁…. 6·25 발발 60주년을 한 해 앞둔 요즘까지도 그 명칭은 제각각이다. 특히 1980년대 들어 주로 진보 성향 학자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용어가 수입되면서 '6·25 전쟁'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정치외교사논총》에 실은 논문 〈전쟁 명명(命名)의 정치학: '아시아·태평양 전쟁'과 '6·25 전쟁'〉을 통해 '6·25 전쟁'과 '한국전쟁' 명칭의 갈등을 살펴본다.

'6·25'는 단세포적 역사인식?

현행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6종 모두 '6·25 전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6·25'라는 명칭을 통해 우리가 얻을 교훈은 북한의 '적화 야욕'을 경계하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우리는 이제 이런 단세포적인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썼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6·25라는 용어는 사건 발생일을 기준 삼아 단일의제로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냉전시대 절대적 사유체계로서의 6·25 담론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명섭 교수는 북한이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북침 주장을 되풀이하는 한, '6·25 전쟁'이라는 명칭이 '단세포적 역사인식의 소산'이라는 비판은 공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또 자기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을 '한국전쟁'이라고 남의 나라 전쟁처럼 명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은 한국이 일으킨 전쟁?

1980년대 구미(歐美) 학자들의 연구성과가 국내에서 출판되면서 '한국전쟁(Korean War)'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386 운동권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대표적이다. '한국전쟁'은 '6·25전쟁'에 비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용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널리 유통됐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남한전쟁' '한국이 일으킨 전쟁'같이 전쟁 주체가 모호해지거나 전쟁 책임이 뒤바뀌어 이해될 우려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고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한국은 대한민국의 약칭이기 때문에 한반도 전체를 무대로 남북이 모두 당사자였던 이 전쟁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6·25 전쟁이 훨씬 중립적 용어

김명섭 교수는 '6·25 전쟁'이라는 명칭은 '겨울전쟁'(1939년 겨울 소련과 핀란드 간 전쟁)이라는 용어처럼 자국 민중의 경험이 온축되어 있는 동시에 가장 객관적인 명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2월 혁명'이나 러시아의 '10월 혁명'처럼 발발 시점에 따라 특정 사건을 명명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관습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6·25 전쟁이라는 중립적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