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활은 대부분 사냥을 위한 '생활필수품'이자 전투에서 꼭 필요한 무기였다. 활은 구조에 따라 긴 나무 막대기에 시위를 건 단순궁(單純弓), 활의 몸통에 끈 같은 것을 감아 저항력을 높인 강화궁(强化弓), 나무와 뿔·힘줄 등을 붙여 개량한 합성궁(合成弓)으로 나뉜다. 크기에 따라서는 장궁과 단궁으로, 형태로는 곧은 활(직궁·直弓)과 굽은 활(만궁·彎弓)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활은 각궁(角弓)이다. 각궁은 물소 뿔, 소 힘줄, 참나무 등을 이용한 합성궁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진보한 형태의 활로 꼽힌다. 각궁은 길이가 1m 정도로 작지만 엄청난 탄력성으로 330m 이상의 사정거리를 뽐낸다. 요즘 쓰는 스포츠용으로 개량된 활도 145m짜리 과녁을 맞힐 수 있어 올림픽 정식종목인 양궁이 70m짜리 과녁을 쓰는 것과 비교된다. 유세현 영집궁시박물관 부관장은 "각궁은 힘을 적게 들이고도 멀리 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활은 동북아시아에서 특히 발달했는데 몽골 활은 사거리는 150m 정도에 그치지만 내구성이 탁월했고, 중국도 만주족이 쓰는 활이 가장 위력적이었다. 칼(刀)이 발달한 일본은 활의 성능이 크게 뒤처진다. 대나무나 삼나무 등 한 가지 소재로 만든 일본 활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길이는 2m가 넘지만 사거리는 60~70m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는 영국 장궁(長弓)이 가장 위세를 떨쳤다. 영국 장궁은 주목(朱木)을 길게 깎아 양끝을 시위로 이어 만든 원시적인 형태라서 파괴력과 사정거리를 늘리려면 활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군이 15세기에 도입한 2m 크기의 장궁은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200m의 사거리를 자랑했다고 전해진다.

흔히 석궁이라고 부르는 쇠뇌(노·弩)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된 활의 일종이었다. 쇠뇌는 지렛대, 방아쇠 등의 다양한 원리로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발사한다. 활에 비해 조준이 쉽고 사거리가 길지만 화살을 다시 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