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지난 19일 유명을 달리한 고(故) 정병칠(57·해사 28기) 제독(예비역 소장) 안장식이 열렸다. 가족과 친지들의 흐느낌 속에 36년을 군에서 보낸 퇴역 장군이 21발의 조례포와 함께 영원(永遠)으로 돌아가는 순간, 부인 김양심(55) 여사는 "이제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시라"며 눈물을 훔쳤다.

정 제독에게 '마음의 짐'이란 지난 2002년 6월 29일 벌어졌던 '제2 연평해전'이다. 그는 당시 서해 2함대 사령관으로 남북 간 경비정 충돌 과정을 총지휘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공격은 말라"는 상부 지시에 따라 최대한 마찰을 피하려 애쓰다 결국 부하 6명을 잃고 19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 패장(敗將)의 멍에가 그를 따라다녔다.

정 제독의 사인은 폐암. 의료진은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유족들과 주위 사람들은 정 제독이 부하들을 잃은 뒤 고통 속에 살아왔다고 전했다.

22일 대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2연평해전 당시 해군 2함대 사령관이었던 고(故) 정병칠(해사 28기) 제독의 안장식이 열렸다.

북한군 총격에 100여 군데 상처를 입고 석 달간 투병하다 숨진 박동혁 병장이 병상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사령관님, 저 좀 살려주십쇼"라고 호소했을 때나, 교전 이후 41일 만에 시신을 찾은 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씨가 교전 직후 전화를 걸어 "우리 남편 좀 찾아달라"고 울부짖을 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참모총장감이라던 그는 이후 진급심사 때마다 번번이 누락되면서 2007년 4월 군복을 벗었다. 정 제독과 사관학교 시절부터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지냈고 제1 연평해전을 이끈 박정성(60) 전 2함대 사령관은 "그 친구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큰아들 치현(31)씨는 "아버지께서 '제2 연평해전' 이후에는 '덧없이 죽어간 부하들이 눈에 밟힌다. 괴롭고 힘들어 군 생활을 끝내야겠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위해 당시 정권이 군의 작전 반경을 극도로 제한하는 바람에 불행한 군인 하나가 탄생했고 결국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