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길 전 국방부장관.

김영삼 정부시절 한국군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SSX)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간조선 7월호가 보도했다.

조영길 전 국방장관(당시 합참 전력기획부장)과 신재인 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은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당시의 사정을 밝혔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에게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리고 원자력연구소는 러시아 핵잠수함 도면을 입수해 잠수함 탑재용 원자로를 설계했고,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핵추진 잠수함의 무기체계 설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 한다’는 보도는 계속 있어왔다. 월간조선도 이러한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지만, 국방부 측에서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계획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군은) 3000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에 착수해 2008년 9척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며 “1994년 국방부는 480억원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용 비밀예산을 편성해 원자력연구소와 ADD에 전달해다”고 말했다. 기존 언론들이 전한 시점보다 10년 정도 먼저, 잠수함 개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건조한 해군의 209급 잠수함 이억기함(1200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새로 개편된 군 수뇌부는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차기 잠수함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했다. 김대중 정부의 잠수함 사업은 프랑스와 독일이 경합을 벌인 끝에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공기 불요 추진 장치-연료전지를 탑재해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탑재한 독일 HDW의 214 잠수함으로 기종이 결정됐다. 조 전 장관은 “1994년 무렵 209급(1200톤급) 잠수함을 9척 건조한 이후 바로 핵추진 잠수함(3000톤)으로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내가 2군단장, 2군 사령관 등 지휘관으로 나간 사이에 214급 잠수함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핵잠수함 건조 계획이 다시 대두된 것은 2003년 3월. 조 전 장관이 국방부장관에 취임한 이후였다. 조 전 장관은 이 계획을 외부에는 비밀로 하고, 실무자들의 부서도 재편해가며 사업을 추진했다.

우리군이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선체의 설계, 원자로, 원자로에 들어갈 핵연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973년 3월의 ‘한미원자력 협정’, 1975년 4월 핵확산 금지조약 가입 등은 ‘원자력 기술의 군사적 목적 전용을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부분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우리가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처럼 이해 당사자를 비롯한 IAEA, 핵확산 방지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미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지지와 협조를 끌어내는 원자력 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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