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영어 공동 번역자이자 감수자였던 정지민(27)씨는 PD수첩의 '광우병' 편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발표와 서울고법의 정정보도 판결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18일 인터뷰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난 과장과 왜곡, 허위사실을 두고도 '단순 실수였다' '언론 탄압이다'는 식의 엉터리 같은 말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해명 기회를 다 흘려보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사태까지 이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이 자신의 보도 내용에 대한 태도를 보면 처음에는 '팩트(사실)'라고 주장하다가 시간이 지나 오류가 드러나면서 점점 '의도는 없었다'는 논리로 기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미국소=광우병소'라는 논리에 딱딱 들어맞도록 발생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정씨는 "팩트와 팩트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합리적인 연결고리를 찾아야지 PD수첩 제작진처럼 미리 의도한 방향을 위해 연결고리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쓰러지는 소'를 보여주며 곧바로 '광우병소'를 부각시키고, 이어 '뇌질환으로 사망한 젊은 여성'을 보여주며 가능한 여러 사인(死因) 가운데 '광우병 감염'의 가능성만 크게 제기하며 인과관계가 희박한 두개 장면을 이어 붙인 것은 팩트를 무시하고 의도를 앞세운 결과라는 것이다.

정씨는 PD수첩의 과장·왜곡보도 폭로 이후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학을 떠날 생각인데 그 전에 제가 보고 겪은 일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PD수첩 자체를 분석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압도하고, 음모론이 사실을 압도하는 상황이 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제 나름대로 써 보려고 합니다. 그 정점에 있는 사건이 바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