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민간에 맡겨졌던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에 공공(公共) 개입이 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사업 투명성 확보'를 알짜로 한 '정비사업 프로세스 혁신안'을 10일 확정 발표했다.

자문위는 정부·서울시 실무진과 학계·시민단체·연구소·시의회·언론 등 각계 전문가로 지난해 5월 구성돼 협의를 계속해 왔다. 하성규 자문위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공공의 행정·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이 혁신안이 조합·정비업체·시행사 간 유착 비리를 없애고 시민 위주의 주택정책으로 전환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청장이 공공관리자 지정

자문위가 제안한 '공공관리자 제도'는 정비업체·시공사가 주도했던 사업을 구청장이 지정하는 공공관리자 주도로 바꾸는 것이다.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계자·시공사를 선정하되 구청장 또는 구청장이 지정한 공공관리자(SH공사·주택공사 등)가 선정 과정 관리를 맡는다. 관리처분인가, 철거·착공, 준공에 이르는 이후 단계에서 공공관리를 계속할지는 조합이 선택한다.

공공이 사업단계별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공공관리자 제도에 포함돼 있다. 신중진 자문위원(성균관대 교수)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공공이 주도하면 부패를 척결하고 주민 비용 부담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 높이고 정보공개 강화

주민들이 사업 내용도 잘 모르면서 동의서를 일괄 제출했다가 비용부담액을 나중에 알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문위는 조합 총회의 주민 의무참석 비율을 현행(10%)보다 올리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참석률을 높이도록 조언했다. 또 시행사가 정비사업 홈페이지를 열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자료공개를 거부할 경우 행정조치 하도록 제안했다. 사업비·분담금 추산과 관련한 주민 불신을 없애기 위해 '정비사업비 산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제안했다.

세입자 대책도 보완됐다.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렸고, 시공사가 철거공사까지 맡도록 해 비리·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도록 제안했다.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주민에게 부담시켰던 방식을 보완해, 20m 이상 도로와 근린공원·공공공지는 공공이 부담하고, 장기전세주택(shift)·사회복지시설·문화시설까지 인센티브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

공공의 권한·의무 명확히 해야

자문위의 제안은 시의 검토와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거쳐 다음달 내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관리자의 권한과 위반행위 처벌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효수 시 주택국장은 "국토부가 혁신안의 기본 방향에 공감하고 있어 상당 부분 채택될 것으로 본다"며 "정비사업의 점검 사항과 그 방법, 위반사항과 조치를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