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 발표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본 것은 단지 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의 죽음, 자유와 인권의 죽음, 권력자와 가진 자들에 의해 능멸당한 약자들의 죽음이다."

중앙대 교수 67명은 3일 오후 1시30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한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시국선언문 발표 현장에는 강내희(영문과), 김누리, 노영돈(이상 독문과), 주은우(사회학과) 교수 등 15명이 참여했다. 시국선언 서명에 참여한 교수는 총 67명이다. 교수들은 현 정부에 ▲강희락 경찰청장 파면 ▲신영철 대법관 즉각 사퇴 ▲ 미디어법 등 MB악법의 강행처리 중단 ▲사상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완전 보장 ▲민중 생존권을 억압하고 시장논리만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즉각 폐기 등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집권 이후 자행해온 위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통치, 그리고 소수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치가 이제는 기필코 종식되어야만 함을 극적으로 웅변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날 교수들은 선언물을 통해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던 현 정권이 국민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하고 억압하는 21세기형 '빅브라더'로 변신한 지는 이미 오래"라며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어느새 경찰국가로 전락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 이룩한 이 나라의 민주적 제도와 정치문화를 허물어뜨리고 있다"며 "정권 안정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정부 조직과 검찰·경찰·국세청 등 핵심 권력기구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정치적 반대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동원해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옹호해왔으며 우리사회를 냉혹한 경쟁논리만이 지배하는 '팔꿈치사회'로 퇴락시켰다"며 "가속도가 붙은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의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으며, 생존권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마저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날 시국선언 발표장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약 100여명의 취재진과 중앙대 재학생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앙대 사회학과 재학생 최근호씨(남·25)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지성집단인 교수님들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존경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