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엔터테인먼트부장

열흘 전, 정다웠던 친구가 세상을 떴다. 언제 떠난대도 아까운 사람이었기에 상가에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입관할 때, 화장터에 갈 때, 유골을 안치할 때 사람들은 울고 또 울었다. 그가 세상과 이별할 때 그의 곁을 지키고, 유독 더 슬퍼했던 사람 중 상당수는 살아 있을 때도 그와 밥과 시간을 나누기도 했지만 때때로 그를 힘들게도 했던 사람들이었다. 아이로니컬하지만, 어쩌면 그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 며칠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의 방식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어떤 이는 울음을 삼키고 어떤 이는 자책하고 어떤 이는 다른 이를 비난하고 있다. 그 방식은 다르고, 사람에 따라 동의하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지만, 그게 '인간 노무현'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는 걸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를 떠나 보내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태도는 또다시 적잖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26일 인터넷의 주요 검색어 중 하나는 '진중권 자살세'였다. 진보 논객 중 하나인 진중권씨의 2004년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다.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견이 많았고…"라는 질문에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웃음) 그걸 민주열사인 양 정권의 책임인 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 나잖아요(웃음)…"라고 답했다. 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 사장에 대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는 넘이 비리나 저지르고 자빠졌습니까?…검찰에서 더 캐물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넘들이 있다고 합니다.…검찰에서는 청산가리를 준비해놓고, 원하는 넘은 얼마든지 셀프서비스하라고 하세요…."

위악과 독설이 진중권씨 글이나 말의 힘이라 해도, 이건 말이 아니었다. 자살한 두 사람이 그의 기준에서 아주 '아닌' 사람들이었다 해도 말이다. 그것도 웃으면서. 그러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그가 비통해하는 마음까지 '정파적'이라고 비난받는 상황이 생겨난다.

진씨의 발언이 '과거형'이라면 '현재형'의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보수 논객 변희재씨는 인터넷 글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으면 (대통령) 예우를 박탈하게 되고, 노 전 대통령은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 세금은 단돈 1원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예정된 예능프로를 모조리 결방시키는 방송사, 검은 배너를 걸어놓은 포털이 모두 권위주의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 판결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당수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의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무례한 일이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과거 글이 논란이 된 데 이어, 뉴라이트 연합 상임의장을 지낸 김진홍 목사는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으면 굳이 지도자에 오르려 들지 말라"는 표현을 썼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씨는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역대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까불어대는 모습도, 감옥에 있던 노무현 졸개들이 줄줄이 기어나와 얼굴을 반짝 들고 설쳐대는 모습도 참으로 꼴불견들"이라고 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우리 국민이 망자 앞에서 유난히 너그럽고 감정적이 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살기 힘든 우리 땅에서 살아내고, 그리고 세상을 뜬 사람에 대한 '예외없는 부의(賻儀)'라고 생각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이런 분들 발언의 바탕에는 망자에 대한 애도가 어떤 집단이나 권력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떤 세력들은 애도를 '증오 에너지'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건 그 상황이 닥치면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 그런 이유로 망자에 대한 순수한 연민과 애도에 상처를 내는 건, 진정한 보수의 길, 사람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의 상가에서든, 상복은 검고 국화는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