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지 24시간이 안 돼 소집된 25일의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번 달 의장인 비탈리 추르킨(Churkin) 러시아 대사는 핵실험을 규탄하는 발표문을 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 발표문은 "강한 반대와 규탄(strong opposition and condemnation)" "안보리 결의 1718호의 분명한 위반(clear violation)" 등과 같은 매우 강한 표현을 담았다. 안보리는 즉각 새로운 대북 결의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대사들과 한국, 일본 대사는 따로 모여 대책을 논의했으며, 수전 라이스(Rice) 미국 대사는 새 결의문이 "충분하게 강한 내용을 담은 강력한 결의문이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안보리가 제재 논의를 착수하면서 의장이 공식 발표문을 통해 해당 국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전통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배려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의장의 발표문에 즉각 동참한 점 등도, 지난달 북한의 로켓 발사 당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에만 1주일이 소요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뿐 아니라 핵무기비확산조약(NPT)도 어겼다"며 "두 조약을 훼손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며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말'만 무성하고 실제 제재 방안은 따르지 않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예상이 높아진다.

'안보리 결의 1718호' 활용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중에서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은 안보리 결의 1718호의 활용이다. 3년 전 채택된 이 안보리 결의는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의 화물을 세워 대량살상무기 등이 있는지 강제로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탱크·장갑차·미사일 등 무기 및 관련 부품 수출입을 금지하며, 무기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북한의 기업과 개인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관련 직원들과 가족의 해외여행을 막는다. 사치품의 대북 수출도 금지할 수 있다.

유엔의 한 외교소식통은 "1718호 결의는 엄청난 사양을 갖췄지만, 그동안 차고에 넣어두고 시동도 제대로 걸어보지 않았던 최고급 승용차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 수단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무력(無力)하게 방치됐다는 얘기다. 유엔은 지난달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이 결의안의 일부 조항을 살려 북한 기업 3곳에 대한 제재와 금수품목을 추가했을 뿐이다.

1718호 결의에 포함된 제재 조항대로 미국과 다른 국가가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을 세워 미사일 부품이나 핵물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집행되면 북한의 무역은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 조치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지만,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조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원국 역할을 하는 중국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관측한다. 크리스토퍼 휴즈 런던정경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이 식량 공급이나 통신 채널을 단절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6년 마카오에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협조한 바 있고, 이 조치는 북한 당국에 타격을 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휴즈 교수는 지적했다.

바쁜 駐유엔 한국대사 25일 미국 뉴욕에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 의가 끝난 후, 박인국 주(駐)유엔 한국 대사가 유엔본부 건물을 나가고 있다. 이날 유 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군사력 동원'도 배제 못 해

일부에선 유엔 제재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유엔헌장 7장 42조를 원용한 '군사력 동원' 가능성도 거론한다. 42조는 "(경제적 제재를 규정한) 41조가 적절치 않을 경우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육·해·공 군사력을 동원해 무력시위와 봉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이 조항을 이용한 제재를 추진했지만, 중국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 규정은 6·25전쟁 때 유엔군의 참가를 승인했을 때를 제외하곤 원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42조에 기초한 군사적 제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말한다.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끝내 효과적인 제재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즉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명백히'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 중국과 러시아가 비난성명에는 동참했지만, 거부권을 지닌 두 나라가 한반도 불안을 우려해 실제 제재를 마련하는 과정에선 소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