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취임 후 지금까지 대북(對北) 발언 중 가장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향후 5년간의 국가 재정운용 기조를 논의하는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한미 양국뿐만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인 일본·중국·러시아와 강력한 협력을 통해서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대응을 우리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요구했고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서 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대응' '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회의에 앞서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북한이 오히려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재개되는 등 보상을 받았던 경험을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이런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해서만큼은 '당근' 대신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촉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이날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 결의 1718호의 명백한 위반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규탄한다"면서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지닌 새로운 결의안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과 그에 따른 추가적 대북 제재 조치가 나온다 해도 핵 보유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의지가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이 대통령은 물론 국제사회의 고민이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핵을 갖지 않는 것보다도 훨씬 불리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북한은 "핵을 갖는 것이 체제수호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고착화된 신념을 갖고 있는 상태다. 북한 사회는 너무 고립돼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대북 군사적 제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 카드는 역시 한미공조다. 미국이 북한이 실질적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국제사회의 포위망을 어떻게 구축해내느냐, 그 과정에서 한국과 얼마나 발걸음을 맞추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간의 탄탄한 대북 협력 태세를 다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과거보다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이끌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북 대화와 남북대화, 6자회담의 재개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중층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한발짝 한발짝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깊은 시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