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주 개봉영화를 본다는 회사원 P씨는 "앞으로 아내와 극장에 갈 때 표를 네 장 사기로 했다"고 했다. 나란히 네 장을 사서 가운데 두 자리에 앉고 양 옆자리는 비워놓겠다는 것이다. 돈이 두 배로 드는 셈. 그는 "얼마 전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영화 상영 도중 트림을 했는데, 불고기와 마늘을 먹은 게 확실했다"며 "그런 고통을 참느니 돈을 두 배로 내겠다"고 했다.

극장 에티켓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강조해도 어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한국영화 '예의 없는 것들' 개봉에 맞춰 인터넷에서 '극장에서 가장 예의 없는 것들은?'이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압도적 1위는 '앞좌석 발로 차는 것들(49%)'이었다. 그다음은 '영화 볼 때 전화받는 것들'과 '영화 도중 반전과 결말을 말하는 것들'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앞좌석 발로 차는 것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요즘 새로 문 연 극장들은 워낙 앞뒤 좌석 간 공간이 넓어, 웬만큼 다리가 길지 않고는 실수로 앞좌석 차기가 쉽지 않다. 물론 앙심을 품고 '슈팅'을 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P씨 경우처럼 요즘은 앞뒤 관객보다 좌우 관객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만석(滿席)인 비행기에서 가운데 자리에 앉아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옆 사람과 소리 없는 팔걸이 쟁탈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게다가 음료수를 사 들고 입장했는데 음료수 홀더가 양쪽 모두 차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원탁이 놓인 결혼식 피로연장에 갔을 때 왼쪽 빵과 오른쪽 물을 좌우 사람에게 각각 빼앗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럴 때 낯선 이에게 "물은 오른쪽 것을 드셔야죠" 하고 점잖게 가르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화 상영 직전 스크린에 나오는 에티켓을 업데이트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극장에 오기 전 연탄 돼지불고기를 먹지 맙시다'라는 내용은 언감생심. '팔걸이를 독점하지 맙시다'와 '음료수 홀더는 오른쪽을 씁시다'만이라도 추가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