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에는 '두 개의 학교'가 있다고 한다. 옛 안기부가 있던 서울 석관동 캠퍼스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옆의 캠퍼스로 나뉘는 것이다. 현재 석관동 캠퍼스에는 대학 본부를 비롯해 연극원·영상원·전통예술원·미술원 등 4개 원(院)이, 서초동 캠퍼스에는 음악원과 무용원 등 2개 원이 있다.

개교 초기에는 '강남 한예종'이 학교 운영을 주도했다. 1992년부터 10년간 음악원의 이강숙 교수가 총장을 지냈고, 2002~2006년 역시 음악원의 이건용 교수가 바통을 건네받았다. 변화가 생긴 것은 2006년 연극원 황지우 교수가 총장이 되면서였다. 이듬해 협동 과정이 개설됐고, 심광현 교수(영상원)가 단장을 맡은 미래 교육 준비단이 발족됐다. '통섭'을 내세우며 학제 간, 예술 분야 간 교류 사업에 예산을 본격 투입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때부터 '강남 한예종'이 소외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성과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대부분 내고 있는데, 정작 과실은 '강북 한예종'에서 챙긴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음악원의 한 교수는 "학교의 영어 약자인 크누아(KNUA)를 'K-Arts'로 바꾸면서도 전체 구성원의 동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지금도 음악원 교향악단은 '크누아 오케스트라'이고, 음악원 공연장은 '크누아 홀'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 감사로 촉발된 '예종 갈등'을 놓고도, 두 개의 캠퍼스 사이에 미묘한 시선 차이가 존재한다. 문화부가 감사에서 지적한 통섭이나 이론 교육에 대해서도 '강북 한예종'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강남 한예종'은 실기 예술 교육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며 유보적이다.

두 캠퍼스는 학교의 위상이나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라진다. '강남 한예종'이 예술 실기 교육 위주의 전문학교(컨서바토리)를 지향하는 데 비해, '강북 한예종'은 이론 교육과 몸집 불리기를 통해 사실상 예술 종합대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예술원 한 교수는 "좁은 의미로 실기만을 가르쳐야 한다는 건 19세기적 낡은 예술 교육 관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음악원의 한 교수는 "지금 사태는 본래의 예술 교육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예종 사태 일지

―2008년 3월 25일 유인촌 장관, 업무보고에서 황지우 총장에 "통섭은 안 된다" 지시

―2009년 3월 18일~4월 24일 문화부가 한예종 종합감사

―5월 18일 문화부, 황 총장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중징계 요청하기로 결정

―5월 19일 황 총장, 기자회견 열고 "식물 총장직, 의미 없다"며 사퇴 발표

―5월 20일 문화부 "정기 종합감사였을 뿐"이라고 해명

―5월 20일 한예종 교수협의회 "문화부 감사 결과는 교권 침해" 성명

―5월 21일 황 총장, CBS라디오 출연해 "끝까지 진실 밝히겠다"

―5월 27일(예정) 문화미래포럼, 심포지엄에서 '한예종의 문제 및 개혁 방안'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