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사정관제가 대학입시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한 선배로부터 귀를 확잡아끄는 합격 노하우를 들어보자. 건국대 고미정양, 성균관대 김윤경양, 한국외대 오세일 군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의를 갖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건국대 고미정양/꿈을 받쳐준 과학공부가 합격열쇠

고미정(19·건국대 자연과학부1)양은 자기추천 전형으로 합격한 케이스다. 어릴 때부터 생명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고교 내신 평균은 3등급 정도. 그러나 생물 과목은 항상 1등급을 받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종 과학캠프나 대회, 실험활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전국학생 과학논술대회 고등부 은상 등 그동안 받은 상만 60개가 넘는다. 그녀는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과학활동을 한 것이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어린시절,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비커, 원심분리기, 삼각플라스크 등 실험도구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초등 5학년 여름방학 교육청 주최 과학캠프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개구리를 액체질소에 넣어 냉동시켰다가 다시 해동시켜 살려내는 실험이었어요. 너무나 흥미로운 실험에 커서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이후 틈나는 대로 각종 경진대회나 과학논술대회, 발명대회, 과학캠프 등에 참여했다. 중1 때 '마지막까지 쓸 수 있는 풀'이라는 발명품으로 동상을 받았다. "초보적인 수준의 발명품이었지만 일주일간 꼬박 고민해 만든 뒤 뿌듯함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중3 때는 "핸드폰, 싱크대, 현관문 등에 붙어 있는 세균을 면봉으로 채취해 어디가 가장 더러운지 배양액으로 키우는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2 때는 교과서에 두루뭉술하게 소개된 광합성 과정을 이해하려고 대학전공 서적인 '생명 생물의 과학'을 밤새 읽기도 했다.

과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던 그녀에게 고교 진학 후 성적이라는 고민이 찾아왔다. 원하는 대학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기 위해선 점수를 끌어올려야 했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다행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적이 조금씩 향상됐어요. 다른 과목과 달리 생물만큼은 항상 1등급을 유지했고, 전교 1등을 해 생물 성적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고양은 "내신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목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한 모습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할 수 있었다"며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한국외대 오세일군/학교를 변화시킨 리더십과 용기

오세일(19·한국외대 글로벌경영1)군은 리더십 전형으로 합격했다. 학교를 변화시킨 리더십과 용기가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끈 것이다.

대전 지족고 시절, 화장실에서 담배피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놀람이 학교를 변화시키도록 만들었다.

"담배를 학교에서 추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학년 2학기 때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금연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약을 걸었어요.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학생회장에 당선됐어요."

학생회장이 되자마자 금연운동을 시작했다. 교내 화장실, 옥상, 학교 인근 주차장, 공원, 인근 아파트 등 곳곳을 돌아다녔다. 금연 피켓을 들고 거리 계몽활동도 폈다. 누가 담배라도 피면 통사정을 했다. 심지어 선생님께도 금연을 부탁했다.

"사실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한 번도 시비가 붙거나 싸움이 난적 없었어요. 3학년 선배들도 취지에 동의하고, 순순히 말을 따라줬죠. 선생님들도 금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내에서 담배가 사라지게 됐어요. 학교 인근 주민들께서 '학교가 정말 좋아졌다'라고 칭찬해주셨어요. 정말 뿌듯했죠."

금연운동과 함께 오군은 체벌금지 운동을 펼쳤다. 체벌 대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벌점을 주고, 잘한 일이 있으면 상점을 주는 상벌점제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경찰들이 도로교통을 위반한 차량에게 딱지를 끊는 것을 보고 착안했어요. 학생이 잘못했더라도 때리면 나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딱지를 끊는 것처럼 학생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추후 봉사활동이나 선행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생회에서 학생들이 상벌점제 운영에 대해 합의한 후 그 내용을 학교측에 전달했다. 상벌점제는 선생님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선생님이 모여 전체 회의를 벌였다. 결국 학교는 물론 학부모위원회의 동의까지 얻어 교칙에 '체벌금지와 상벌점제 운영'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잘못해도 벌점카드를 받는 것에 그치니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러나 벌점이 쌓여 교내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스스로 힘들다고 여겼는지 벌점카드를 받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상점카드도 선행상이나 봉사상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이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어요."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고3이 돼서는 매일 새벽까지 공부했다. "학생회 활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구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공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어요. 몸은 피곤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인지 성적은 계속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이런 경험을 살려 글로벌 경영인이 될 생각입니다."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성균관대 김윤경양/학급문고 만들었더니 책읽기 열풍 불어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에 합격한 김윤경(19·사회과학계열1)양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정작 리더십 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학생회장 경력보다 고1 때 학급문고를 잘 운영했기 때문이다.

전북 부안여고 1학년때의 일이다. 우연히 신문에서 한국 청소년들의 독서량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당시 학교에는 학급문고가 없었다. 교실 내 학급문고가 있어야 친구들이 책과 접할 것이란 생각에서 학급문고 설치를 제안했다.

"학급회의 시간을 빌어 학급문고 얘기를 꺼냈어요. 같은 반 친구들 모두가 동의해줬어요. 1인당 책 2권씩 가져오게 했죠. 몇몇 친구는 앞 표지가 해진 책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상관하지 않았어요. 한 달이 안돼 60권의 학급문고가 만들어졌어요."

책꽂이는 담임선생님께서 준비해주셨고 기특하게 여긴 다른 반 선생님도 기꺼이 책장을 기증해 주셨다.

학급문고만 설치했다고 책이 술술 읽혀질까. 독서시간이 필요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침 8시 5분부터 50분까지 45분간 아침자습 시간에 책을 읽도록 선생님 허락을 받았다. 독서카드를 만들어 한 달간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친구에게 선생님이 문화상품권이나 책을 선물했다.

"선생님께서 아침조회 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다독 학생에게 칭찬과 함께 상을 줬어요. 이게 묘하게 친구들 사이에 경쟁을 촉발시켜 책읽기 열풍이 불었죠."

그러던 중 아침독서운동본부와 한 인터넷포탈에서 주관하는 아침독서운동 행사를 알게 됐다. 우수독서학급으로 선정되면 책과 책장 등 상품을 주는 행사였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함께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각자 만든 독서노트를 자료화시켰어요. 자신들이 본 책의 목록을 정리하고, 아침마다 책 읽은 소감을 쓰기도 했죠. 친구들의 자료를 정리했더니 분량만 100페이지가 넘었어요."

결국 그녀의 반이 특별상을 받아 100권이 넘는 새 책과 크고 반듯한 책장이 생겼다. 이런 모습을 본 다른 반들이 너도나도 학급문고를 설치했다. 그녀의 반이 모범 사례가 돼 학급문고 설치를 자문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이르렀다. 학급문고 성공사례가 입소문이 나면서 유관순상위원회로부터 '유관순횃불상'도 수상했다.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라서 설마 상을 탈 줄은 몰랐는데, 특별상을 받고 나서 친구들과 정말 감격했어요. 정말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리더십이라고 하면 괜히 거창하고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자기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는 노력과 열의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