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마니아가 인터넷에 올린 퀴즈. '지라시 스시, 어떻게 먹을까요?'

①밥과 고명을 마구 섞어 회덮밥처럼. ②일반 초밥처럼 고명에 하나씩 싸서. ③숟가락으로는 밥 떠먹고, 젓가락으로는 생선 먹고. ④마음대로. 정답은 ④번이다.

요즘 여성 식도락가들 사이에 '지라시(ちらし) 스시'가 인기다. 찬합에 초밥을 깔고 각종 생선과 야채를 '뿌리듯(ちらし)' 얹어 먹는 일본식 덮밥. 색색 고명을 얹은 모양새가 꽃바구니처럼 화사해 별명이 '꽃초밥'이다. 일본에선 소풍이나 여행 갈 때 도시락으로 즐겨 만드는 음식. 기내식으로도 인기다. 대한항공(KAL)에 비빔밥 기내식이 있다면 일본항공(JAL)엔 지라시 스시가 있다. 젓가락이나 손으로 먹는 일반 초밥과는 달리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도 지라시 스시의 특징. 모든 일식당에서 지라시 스시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건너편에 있는 '본스시'(02-756-0296)와 동교동 사거리 '스시겐'(02-320-5511) 등이 마니아들이 손꼽는 집. 일식 18년 경력의 '본스시' 임성보 주방장으로부터 지라시 스시 맛있게 만드는 비결을 들었다.

5월 나들이에‘꽃초밥’어떨까? 초밥 위에 얹은 연어, 참치, 학꽁치 등 색색깔의 생선 과 야채가 먹음직스럽다. 본스시 임성보 주방장이 만든‘지라시 스시’.

고슬고슬한 밥맛이 관건!

지라시 스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밥'이다. 스시용 밥 맛있게 짓기로 유명한 임 주방장은 "쌀 불리는 시간, 밥 짓는 솥, 뜸 들이는 시간, 밥 푸는 법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쌀 불리는 시간은 10분 이내로 일반 밥(30분 이상)보다 짧다. 찰기 있는 밥은 비빌 때 떡처럼 뭉쳐지니 압력솥은 금물. 일반 밥솥이나 냄비가 좋고, 물도 일반 밥보다 적게 잡아야 꼬들꼬들하거나 질지 않은 '고슬고슬한' 밥이 된다. 뜸 들이는 시간도 중요하다. 임 주방장은 "밥솥의 버튼이 '딸칵' 하고 취사에서 보온으로 넘어간 뒤 7~10분 사이에 뚜껑을 열고 밥을 푼다"고 말한다. 10분을 넘길 경우 밥이 질어진다.

지라시 스시에 고명으로 들어가는 각종 생선. 생선이 없으면 야채 조림을 얹어도 맛있다.

식초·설탕·소금 비율은 3:2:1로

밥에 버무릴 '촛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임 주방장의 경우 식초, 설탕, 소금 비율을 3:2:1로 잡는다. 촛물이 다 녹은 상태에서 레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데, 기호에 따라 미림이나 다시마를 넣어도 된다. 촛물과 버무릴 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밥이 뜨거울 때 버무릴 것. 그래야 촛물이 밥알에 고루 스며든다. 둘째, 주걱을 세워서 밥알이 뭉개지지 않게 살살 펴 가면서 섞을 것. 셋째, 부채를 부쳐가며 천천히 식힐 것. "지라시 스시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초밥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 정도 되었을 때 고명을 얹어 찬합에 담아내면 됩니다."

일본항공(JAL) 기내식에 나오는‘게살 지라시 스시’. 달걀지단 채 썬 것에 게살과 연어알을 올렸다.

야외 도시락엔 우엉, 맛살, 어묵

그렇다면 고명은 무엇으로 할까. 임 주방장은 "지라시 스시의 미덕은 생선, 야채 등 어떤 재료라도 고명으로 얹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시집에서는 연어·광어·도미·농어·참치·학꽁치·성게알·날치알·연어알·익힌 새우·석쇠에 구운 키조개와 갑오징어·계란말이 중에 골라서 올린다. 일본항공 기내식의 경우 익힌 새우와 우나기(장어), 달걀지단 채 썬 것을 고명으로 얹기도 하고, 게살과 연어알을 얹어 내기도 한다.

야외에 나간다면 우엉·연근·감자 등 간장에 조린 야채나 맛살, 어묵을 고명으로 얹어도 좋다. 초밥에 이미 간이 돼 있으므로 야채는 담백하게 조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