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고려대)는 요즘 어디에나 있다. 에어컨, 화장품, 우유, 자동차, 섬유 유연제, 생수…. TV엔 김연아가 등장하는 광고 천지이고, 케이블 채널에선 김연아가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이스 쇼, 그녀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이 여전히 인기다. '피겨 퀸'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중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뒤 일상의 김연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오전 8시30분 자택을 나서 저녁 8시 귀가할 때까지 김연아의 하루를 카메라에 담아봤다.

"특별 대우는 싫어요"

6일 김연아가 경기도 군포시 산본의 자택을 나서는 순간 경호업체 남녀 직원 한명씩이 따라붙었다. 김연아는 약간 어색해했다. 평소 팬이 몰려도 귀찮아하는 성격이 아니지만 지난달 고려대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매체가 취재 경쟁을 벌이고 학생들이 몰려든 이후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안전을 위해 경호에 신경쓰고 있다.

김연아는 타고 다니는 차에도 무덤덤하다. 작년까지는 IB스포츠 직원이 모는 승용차에 동승하다 요즘은 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스타렉스 승합차를 주로 탄다. 연예인들이 즐겨 타는 외제 대형 밴은 김연아 주변에는 없다. 얼마 전 대관령에 에어컨 광고를 찍으러 갔을 땐 광고주가 제공해 한번 타본 적이 있다.

연습 장소인 경기도 화성의 아이스링크를 빌릴 때도 일반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점심시간이나 대관이 끝난 밤시간을 이용할 때가 많다. 아직도 특별 대우에 익숙지 않은 김연아이다.

"만드는 이미지는 싫어요"

김연아는 공개 석상에서 종종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피겨 여왕이 됐으니…"라며 주변에서 요구하는 '표정 관리'를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음에 없는 말은 체질적으로 못하는 편이라고 한다. 방송에서 김연아를 "예쁘다"고 칭찬할 때 "제가 그렇게 예쁜지 잘 모르겠다"는 김연아의 말은 가식이 아니다.

자신의 미니 홈피에 솔직한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질 때 김연아는 당황스러워한다는 것이 주위의 얘기이다.

'좋은 일'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다. 지난 어린이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행사 참석 제의를 받았지만 서울 아산병원 소아암 환자 위문을 고른 것은 김연아였다. 옷차림도 평범하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 보통. 캐나다에서 쇼핑하면서 사는 옷도 20달러를 넘기지 않는 티셔츠가 대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겨"

김연아의 취미는 또래 여성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음악 듣고, 쇼핑하고,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 김연아는 연예인처럼 광고를 찍는 일도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결코 스스로를 연예인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광고를 찍을 때도 가장 큰 원칙은 연습 일정을 지키는 것이다. 피곤해지면 연습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밤샘 촬영은 사절. 작년 캐나다 전지훈련 도중 에어컨 광고를 찍을 때도 연습이 없는 휴일을 이용했고, 눈보라가 치는 날씨여서 실내에서 끝냈다. 촬영팀은 캐나다의 자연 풍광을 담고 싶어했지만 연습을 의식한 김연아가 '노' 했다.

이처럼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피겨 스케이팅뿐이다. 일부에선 김연아가 너무 CF를 많이 찍는다고 비판하고, 안티 팬도 늘었다. 최근 주위에서 이런 우려를 전하자 김연아의 반응은 이랬다고 한다. "됐슈! 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