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에서 우리와 일본은 여러모로 닮았지만 대책 면에서 우리는 '실패한 일본'보다도 못하다.

남자의 근로시간이 세계 최장 수준(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 일본이 2위)인 점이나 '육아는 여성 역할'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강하게 남아 있는 점은 한·일이 같다.

일본 남자들의 가사·육아 분담은 하루 1시간(일본 총무성 2006년 자료)이고, 한국 남자들이 집안일하는 시간은 32분에 불과하다(통계청 2007년 자료). 예산 부족으로 주로 서민층을 지원해 중산층 출산장려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일본이 저출산 극복에 '실패'한 국가라면 한국은 '참패'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출산율 감소 속도와 고령화 속도부터 한국이 훨씬 빠르다.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로 가는 데 일본이 36년(1970년→2006년) 걸린 것을, 한국은 26년(2000년→2026년)으로 압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스즈키 도루 실장은 "한국은 출산율이 너무 급격히 떨어져 일본 학자들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 예산도 일본이 훨씬 많이 쓰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일본 정부는 GDP의 0.83%(4조3300억엔·약 55조원)를 썼지만, 한국은 GDP의 0.35%(3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총액에서 일본이 우리의 17배, GDP 대비 비율도 2.4배 많이 쓰는 것이다.

일본은 남성도 가사·육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고 일본 기업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 직장인들과 공무원들은 아이가 있을 경우 2시간 먼저 퇴근하는 '조기 퇴근제'를 이용할 수 있다. 스즈키 실장은 "일본의 정책은 유럽에 비해 아직 한심한 수준이지만, 정부와 기업이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라는 제도는 있지만 실제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