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에서 갖가지 쇄신론이 쏟아지고 있다. 소장파 모임 '민본 21'은 4일 "대통령은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을 바꾸고 주요 국가 현안에 대해 여야 지도자들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정기조 쇄신' '당·정·청(黨·政·靑) 인적 개편' '당내 화합'을 주문했다. 박희태 대표도 이날 당헌(黨憲)·당규(黨規)를 바꿔 당 대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게 돼 있는 지금 제도를 고쳐 당 대표가 정책위 의장을 지명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한다고 한나라당이 숨쉬는 정당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국민은 한나라당을 살리는 방법을 다 알고 있는데 한나라당 사람들만 앞 못 보는 사람처럼 엉뚱한 곳을 더듬고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말 당을 살리기 위해 진심으로 손을 잡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친이(親李)·친박(親朴) 먼저 따져서야 국정 쇄신이건 인사(人事) 쇄신이건 될 리가 없다. 재·보선 전패의 패인(敗因)도 친이·친박 다툼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주 재선거에서 친박 후보는 한나라당에 공천도 신청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오직 '박근혜 전 대표를 모시겠다'는 말만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모두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그것 하나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지난 2월 말 비공개 회동을 했던 것으로 4일 보도됐다. 그러나 이렇게 만나고 나자마자 양측은 재·보선 공천을 놓고 멱살잡이를 계속했다. 도대체 만나서 무엇을 논의했기에 상황이 더 악화됐는지 모를 일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둘 사이의 문제를 풀 의지와 능력을 정말 갖고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