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똥파리’를 연출하고 주연배우도 맡은 양익준 감독.

영화 ‘똥파리’가 연일 화제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사람들의 입을 타기 시작한 이 영화는 지난 4월 16일 개봉한 뒤, 개봉 5일 만에 관객 3만 명을 돌파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워낭소리’ ‘낮술’에 이어 저예산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영화계에 단비와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영화는 분열된 가족, 소통의 부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용역 깡패 '상훈'을 중심으로 펼쳐가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아픈 가족사를 지닌 '상훈'은 영화의 감독인 양익준이 맡았다.

그가 극중에서 소화하는 대사의 절반은 욕설로 뒤섞여 있다. 조폭을 소재로 한 여타 영화에서도 이 정도의 수위는 그간 찾아보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수위. 하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난곡이라는 철거촌을 배경으로 험한 인생군상들을 담고 있는지라 어쩔 수 없게도 욕이 등장한다.

극 중에서 상훈에게 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훈은 욕과 주먹을 통해 분노, 한탄, 체념 등을 표현한다. 영화를 본 뒤에도 그 잔상이 오래 남아 실제 양익준 감독의 실체를 의심할 정도. 하지만 연기를 100% 맛깔 나게 소화했을 뿐, 오해하진 마시길.

“실제로 욕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인터뷰 때마다 저도 모르게 설명하던 중 튀어나오긴 하지만요.(웃음) 도빌 아시아 영화제 때 이런 소감을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130분 동안 수많은 폭력과 ‘시X놈아’란 말을 참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이었죠.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모르니 저에게 ‘시X놈아’라며 해맑게 부르더라고요. 하하하.”

양익준 감독이 용역 깡패 상훈 역을 맡은‘똥파리’의 한 장면.(사진제공 = 몰필림)

처음 시나리오 상에서는 이토록 많은 욕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2배 가까이 욕이 늘어난 것이라고. 막상 영화 촬영에 들어간 뒤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셈이다. 극에 다다른 분노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대본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법이니. 욕과 폭력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고, 사랑하는 이를 대할 때 서툴게도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훈을 보면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그가 내뱉는 ‘욕’이라는 또 다른 언어는 사랑 앞에 서툰 순박한 정서까지 대신해준다.

“난곡에서 살 때 작은 슈퍼 앞에서 술 마시다가 싸우는 아저씨들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어요. 둘이서 1분 간 욕만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다 이해가 갈 정도로 정서가 있더라고요. 사실 남자들은 불알친구를 만나면 자연스레 살짝 씩 욕이 나오잖아요. 부정할 수 없게도 욕이란 건 일상용어 사이에 섞여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플 때 배를 부여잡는 것처럼, 욕도 하나의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욕이란 건 결코 유쾌한 방법은 아니다. 다만 필요에 의해 욕으로 감정을 분출 할 때면 은근한 쾌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양익준 감독 스스로는 일상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잰 체’하지 않는 사람. 그에겐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거침과 언제 폭발할지 몰라 불안한 잠재된 감정이 있다. 여담이지만, 그는 사진촬영에 임하던 중 카메라를 향해 분노하는 눈빛을 내뿜으려고 난데없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속에는 웅얼거리듯 욕이 섞여있는 것 같기도 했다. (너무 급작스레 일어난 일인지라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 순간, 다시 상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나보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런 감독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욕에 대한 거부감으로 눈살부터 찌푸리지 마시길. 그 안에 숨겨진 진솔한 감정들,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을 잡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