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최근까지 인터넷 공간에서 '뉴스 콘텐츠는 무료'라는 공식이 통용됐다. 가령 신문사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생산했지만, 콘텐츠를 이용한 수익은 구글(Google) 같은 검색업체나 포털업체가 차지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콘텐츠 무료 사용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LA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등 유력 일간지를 보유한 '트리뷴 컴퍼니'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는 등 신문사 경영이 어려워지는 게 주요 배경이다. 여기에다 '무료 콘텐츠' 관행이 저널리즘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신문 콘텐츠 유료화'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언론사들, 구글 등 검색업체에 공격 포문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모아 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구글과 같은 검색업체들에 대한 유력 언론사들의 비판 강도는 최근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봉장' 격인 인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해 전 세계에 여러 신문사 매체를 운영 중인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Murdoch) 회장이다. 그는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케이블 관련 회의에서 "구글이 계속 우리의 콘텐츠를 도둑질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통신사인 AP도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전 허락 없이 AP의 콘텐츠를 무단 게재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최대 일간지인 빌트(Bild)를 발행하는 악셀 스프링거 그룹의 마티아스 되프너(D��pfner)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처럼 뉴스를 긁어모아 서비스를 하는 뉴스 수집업체(news aggregator)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저작권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Dowd) 역시 지난 15일자 칼럼에서 "구글과 같은 업체들이 저널리즘을 강탈했다"고 공짜 뉴스 콘텐츠 관행을 비판했다.

'구글을 통한 공짜 신문읽기', 저널리즘을 죽인다

최근 언론사들이 구글 등 검색업체나 포털에 대해 "더 이상 무임승차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선 데는 상업적 이유를 넘어 저널리즘을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로버트 톰슨(Thomson) WSJ 편집국장은 '오스트레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뉴스 서비스는 독자와 뉴스 콘텐츠 생산자 간의 유대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전 세계 각지의 신문사 콘텐츠를 공짜로 모아 서비스를 하면서 '구글' 브랜드 가치는 올라간 반면, 정작 뉴스를 생산한 신문사는 한낱 '콘텐츠 제공업자'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월트 아이잭슨(Isaacson) 타임(Time) 전(前) 편집장은 올 2월 '어떻게 신문사를 구할 것인가'라는 타임지 기고문에서 "구독료 없이 콘텐츠를 공짜로 인터넷에 뿌려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수익모델은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훌륭한 저널리즘은 독자에 대한 충성에서 생기는 것이지 광고주에 대한 충성에서 생길 수는 없다"며 "광고에만 의존할 경우 결국 독자와의 유대를 약화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확산되는 '콘텐츠' 유료화 바람

구글 등 검색업체에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받는 문제뿐 아니라 개별 신문사 사이트에서도 '유료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하면 독자들을 다른 신문사 사이트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유료화'가 한때 금기사항이었지만, 이런 걱정이 단순한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례가 이미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고수해온 월스트리트저널닷컴(wsj.com)과 FT닷컴(ft.com)의 최근 1년 월별 순방문자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증가세〈그래픽〉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유료화를 포기했던 NYT도 최근 일부 콘텐츠의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비전이 발행하는 뉴욕 지역 일간지 '뉴스데이'는 최근 일부 콘텐츠 유료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미디어 비평지인 '편집인과 발행인(Editor & Publisher)'은 최근 특집보도에서 "최근 광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신문사들이 유료화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료화를 활성화하려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NYT는 이달 15일자에서 "저널리즘 온라인(Journalism Online)사가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신문이나 잡지의 콘텐츠를 볼 때 편리하게 구독료를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저널리즘 온라인'은 전(前) WSJ 발행인인 고든 크로비츠(Crovitz) 등 미디어 베테랑들이 만든 회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가 신문·잡지사 등으로부터 뉴스를 일괄 구매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사의 콘텐츠 가격이 거의 공짜에 가까운 '헐값'이라는 비판과 함께 네티즌들이 무단으로 인터넷에 퍼뜨리는 것을 방조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