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혐의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법적 단죄 이전에 대통령 가족이 '사업가'(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600만달러가 모두 노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뒤를 봐준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입장이다.

법률가인 노 전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며 치열한 법리논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돈을 요구했고, 실제로 노 전 대통령 또는 가족들이 그 돈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사후(事後)수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프레임(틀)과 내가 아는 진실이 다르다"면서 자기가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박 회장 돈이 건네진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기 때문에 범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얻은 금전적 이득"

박 회장이 측근인 정승영씨에게 지시해 청와대로 배달한 100만달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노무현 돈 요구→박연차 돈 제공→청와대 관저로 배달된 후 사용' 구조로 이뤄져 있다.

노 전 대통령 또는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달러가 필요하니 급히 보내달라"는 의사를 박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에 따라 박 회장은 회사 직원 130여명을 부랴부랴 동원해서 현금 10억원을 100만달러로 환전한 뒤 측근인 정 사장을 시켜 전달했다. 이 돈을 받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일과 시간이 끝난 뒤에 청와대 관저로 가서 권양숙 여사에게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를 권 여사가 요구해서 박 회장에게 빌렸고,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해명하고 있다. 돈을 요구한 것이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해명'으로 인해서, 수사가 수월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요구' 부분은 박 회장 진술과 확보한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입증한다고 쳐도, 정 전 비서관이 "내가 써버렸다"고 버티면 수사가 벽에 부닥칠 수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 스스로 가족인 권 여사가 받아 썼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1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청와대 관저에 전달돼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된 이상, 검찰은 뇌물 수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100만달러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검찰이 건호씨의 유학비용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 부분(사용처)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자신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검찰은 100만달러가 농협 알짜배기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2006년)한 것 등에 대한 사례로 보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안의 실무에 간여한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국정 전반을 통할하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구체적 청탁'이 없어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이 쓴 500만달러도 결국 노 전 대통령 몫"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에게 송금했다는 500만달러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2008년 3월 무렵 송금 사실을 알았고, '특별히 호의적 거래'라고 생각했지만 투자라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아들과 조카사위를 도와주라'고 해서 보낸 돈"이라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건넨 돈이라는 것이다. 이 돈 중 300만달러는 노건호씨가 대주주였던 '엘리쉬&파트너스'라는 회사로 흘러들어 간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으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것은 건호(36)씨이지만, 이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이득을 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법률적으로도 노 전 대통령이 돈을 요구한 이상, 이 돈의 수혜자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이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다수다. 퇴임 직전 이뤄진 500만달러 송금은 박연차 회장이 2006년부터 사력을 다해 추진했던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를 정부가 지원한 대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