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600만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사례금'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박 회장이 지난 정권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시키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는 그에 대한 답례 성격이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발전소 수주 두 달 뒤 500만달러 입금

검찰은 2007년 12월 박 회장 측이 30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자로 내정된 지 두 달 만인 이듬해 2월,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의 홍콩계좌로 입금된 점에 주목했다.

박 회장은 2007년 6월부터 베트남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들었으나, 발전소 건설경험이 전무했던 박 회장으로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검찰은 박 회장 측이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추적해 왔다.

검찰은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이 2007년 6~9월 10여 차례나 청와대를 드나들었고, 정 사장이 휴켐스 임원 박모씨와 함께 청와대 인근 중식당에서 차관급 정부 고위관료들과 연쇄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베트남 발전소 프로젝트를 도와 달라"는 박 회장의 메시지가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4일 당시 방한 중인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공식만찬에서 박 회장을 "나의 친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박 회장의 로비가 진행되는 동안, 박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3자 회동'(2007년 8월)을 갖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를 논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 기념관 설립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서 박 회장은 "대통령 재단 설립을 위해 홍콩에 있는 500만달러를 갖다 쓰라"고 제의했으나, '비자금'이라는 이유로 다른 두 사람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회장의 '홍콩 비자금'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그 조카사위의 해외계좌로 이체됐다.

검찰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 박 회장이 '베트남 발전소 프로젝트'를 지원받은 답례로 500만달러를 제공했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조카사위가 투자받는 형식을 취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휴켐스 인수가격은 322억원 깎여

검찰은 또 박 회장이 제공한 자금이 박 회장의 휴켐스 인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2006년 7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의 지분 46%를 1455억원에 사들였는데 이는 당초 제시했던 인수가격보다 322억원이나 낮은 가격이었다.

박 회장은 휴켐스 인수가 성사된 뒤 태광실업 홍콩현지법인 APC계좌에서 250만달러를 인출해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뇌물로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회장 역시 휴켐스 매각결정을 앞두고 여러 차례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 검찰은 2004년 6월 박 회장이 경남 진해의 동방유량 공장부지의 고도제한 완화로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2007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경남은행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저 뒷마당 산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무현(오른쪽)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왼쪽) 여사가 14일 오후 6시쯤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뒷마당을 산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