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36)씨를 소환 조사했으며, 부인 권양숙 여사도 11일 부산지검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건호씨는 이번 주 초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하고, 권 여사는 더 이상 조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임박했다. 검찰은 이번 주 초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소환통보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11일 중수부 검사들이 부산지검에서 벌인 조사에서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준 100만달러(2007년 6월 말)와 현금 3억원(2006년 8월)은 모두 내가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조사에 입회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권양숙여사(왼쪽),노무현 전 (前)대통령(오른쪽)

건호씨 역시 12일 조사에서 "박 회장이 연철호(36)씨에게 2008년 2월 송금한 500만달러와 나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 여사와 건호씨는 이번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참고인"이라고 말해, 박 회장이 건넨 600만달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 '아내가 한 일이고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구차해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사람들과 의논도 해봤지만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면서 "몰랐던 일은 몰랐던 것이고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며 "박 회장이 검찰과 (현)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법정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현 정권과 검찰이 자신에 대한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전지검은 이날 강금원(57·구속) 창신섬유 회장이 회사에서 빼돌린 비자금 266억원 가운데 7억여원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여택수(44) 전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전지검은 이미 강 회장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10억원가량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또 다른 친노(親盧) 인사들에게도 금품이 건네졌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