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보다는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도지사 등 지역 행정관료에게 더욱 많은 금액을 제공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3일 "박 회장은 (사업의) 이익을 기대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보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사업 인허가권을 쥔 관료에게 돈을 더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인사는 모두 6명으로 이들에게 모두 28억여원의 금품이 살포됐다. 수수금액은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1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장인태 전 경남부지사 8억원,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5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게 1억8000만원(미화 12만달러와 원화 2000만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는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게도 7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억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상품권 1억원 상당을 각각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회장이 부산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인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행정관료에게는 거액을 전달한 반면 중앙 정치인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보험금'만 전달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보다 지역 행정관료에게 더 많은 돈을 줬다는 사실에 수사팀도 의아했다.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이익을 주지 마라'는 취지이지만 지역 관료에게 돈을 주면 행정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