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3년째 머물고 있는 캐나다 기자 마크 러셀(Russell·38)씨가 '한류'를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 '팝 고즈 코리아(Pop Goes Korea·스톤브리지프레스)'를 냈다. 한류가 아시아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지 여러 해지만, 우리 대중문화를 소상히 소개한 영문 서적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미국 연예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의 서울 특파원인 러셀씨는 "한류는 분명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지만, 10~20대 위주의 한정된 집단에만 집중돼있는 게 한계"라며 "미국처럼 다양한 소비집단이 있는 시장에 진출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했다.

러셀씨는 책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연예산업의 성장과 세계시장 진출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한계를 지적한다. 그는 1996년 연세대 영어강사 자격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곤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태권도가 전부였다. 러셀씨는 홍익대 근처 공연장을 찾다가 한국 인디밴드의 실력에 감탄해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크 러셀씨가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류를 소개한 자신의 책‘팝 고즈 코리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대의 어느 작은 공연장에서 '새봄에 핀 딸기 꽃'이라는 이름의 밴드가 연주하는 걸 듣고 '오, 마이 갓!' 했죠. 한국 인디밴드들은 창조적이고 흥미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그는 개인 웹진을 운영하며 홍대의 인디밴드와 한국 영화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의 웹진은 입소문을 타고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2002년 가을부터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한국 특파원으로 발탁돼 줄곧 한류와 한국 대중문화를 서방에 알렸다. 러셀씨는 한류의 한계로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일본 대중음악만 해도 록,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있어요. 그러나 한국 가요는 댄스음악 일색이에요. 모든 소비자들이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죠. 다양한 집단을 위해 다양한 장르가 활성화돼야 한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어요."

러셀씨는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의 비욘세'나 '한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갈망하지 않는다"며 "이미 가진 것을 또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라이브 공연장이 줄어드는 데 대해서도 걱정했다. 그는 "라이브 무대야말로 실력을 검증받은 가수들이 탄생하는 곳"이라며 "무엇보다 '실력'이라는 기반이 약해지면 한류도 위험해진다"고 했다.

그가 최고로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신중현, 김정미, 키브라더스 등 1960년대의 록 뮤지션들이다. 그는 "60년대 한국의 록음악은 오늘날 이만큼 성장한 한국음악의 모태"라며 "사실 나도 이젠 중년(?)에 접어들기 때문에 '원더걸스를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