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검 중수부가 전·현직 정치인 16명의 후원금 관련 자료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5개 시도선관위를 상대로 본지가 전수(全數)조사 한 결과, 대검 중수부가 선관위에서 자료를 확보한 전·현직 정치인 16명 중에는 그동안 전혀 거명되지 않던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민주당 우윤근·김우남 의원, 홍사립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허태열·권경석 의원에 대한 후원금 자료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이강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특보 등 5명이 이미 구속됐고, 한나라당 박진, 민주당 서갑원 의원 등은 지난주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선관위 자료는) 금품수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합법적인 후원금을 받는 등) 혐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고 그 중 1~2명은 박 회장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덕규 전 부의장의 한 측근은 "김 부의장과 박 회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의 한 로스쿨에서 연수 중인 김 전 부의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윤근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고교 선배인 휴켐스 사장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500만원을, 휴켐스 직원인 고교 후배가 500만원을 후원해 준 게 전부"라며 "나는 반노(反盧) 계열이었기 때문에 박 회장과 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우남 의원은 "2006년 김혁규 전 경남지사측에서 '도와주겠다'고 말한 이후에 박 회장이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보냈고, 지난해 총선 때는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과 또 다른 박 회장 측근이 각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낸 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맹곤 전 의원은 "2004년에 박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게 있는데 열흘 전쯤 한 언론사의 연락을 받고서야 그런 사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은 "검찰이 왜 조사하는지 모르겠다. 한 치도 부끄러운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