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朴淵次) 회장의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내역이 차츰 드러나면서 그의 회사인 태광실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회사이기에 수백억원의 로비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들이다.

태광실업은 경남 김해시 안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발회사다. 베트남 호찌민(태광비나실업)과 중국 칭다오(태광제혜유한공사)에도 현지 공장을 두고 나이키의 최고급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다. 김해 본사는 신제품 기술과 품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호찌민 공장은 직원 수 1만5000여명에 연간 1200여만켤레의 운동화를, 칭다오 공장은 직원 수 1만1000여명에 연간 800만켤레의 운동화를 각각 만드는 규모다. 본사에선 직원 900여명이 근무 중이다.

태광실업의 작년 매출액은 3억5000만달러쯤 된다. 달러당 1400원으로 치면 49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해외 수출이므로 달러가 비쌀수록 매출액이 커지는 구조다. 2007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태광실업이 비상장회사로 매출은 3043억원, 당기순이익 38억원, 자산 1828억원에 부채는 1101억원으로 나와 있다. 자본금은 2007년 말 현재 6억6920만원으로 주주는 대표이사 박연차 및 특수관계자(98%)와 기타 소액주주(2%)로 구성돼 있다. 2006년 인수한 휴켐스(6.96%)는 지분이 20% 미만이지만 2007년 6월부터 태광실업 임원이 휴켐스의 임원을 겸직할 수 있어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투자회사로 분류돼 있다. 태광실업의 2007년 말 현재 공장 부지 등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는 408억원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 내 태광실업 본사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태광실업은 1980년 본사가 설립된 뒤 ▲1983년 2000만달러 수출의 탑 ▲1986년 5000만달러 수출의 탑 ▲1989년 1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국내 신발산업이 사양길을 걷던 1994년 호찌민, 1995년 칭다오에 각각 진출해 도리어 사세를 키웠다. 베트남·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덕에 1999년 중국 전국 100대 우수 외국기업에 선정됐고, 2002년 박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에 위촉됐다.

이런 성공 덕에 부산·경남에선 "박 회장이 호찌민이나 칭다오에 가면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 회장은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에 건의, 2003년 10월 부산~호찌민 간 직항로를 개설하는 등 베트남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박 회장은 2005년 27홀 규모의 정산컨트리클럽(김해시 주촌면)을 만들어 개장하고, 2006년 정밀화학업체인 ㈜휴켐스를 인수했다. 또 2006년 12월 신한캐피탈의 김해 가야컨트리클럽(회원제 45홀, 퍼블릭 9홀) M&A 당시 대주주로 참여해 인수 자금 960억원 중 280억원(29.2%)을 댔다. 사업 영역을 신발업에서 화학·레저부문까지 확장한 것이다.

박 회장의 태광실업은 태광산업과 이름이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