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의원을 지낸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30년 정치인생을 되돌아본 정치 에세이 '열정의 시대'를 출간했다.

강 전 최고위원은 이 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1997년 대선 때의 ‘차떼기’ 비화를 털어놓으며 `차떼기'의 원조로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국민회의를 지목했다.

그는 "자민련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지원유세 비용 등으로 국민회의로부터 총 80억원 정도를 받았었다”며 “그 돈은 모두 현금이었고, 그만한 현금을 받으려면 차떼기 외에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루는 국민회의 측 모 인사가 불러 그 집에서 여러 개의 더플백에 담은 현금 10억원을 승용차로 받아왔다"며 "돈은 100만원 다발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국민회의 측이 준 돈은 모두 1만원권 지폐에 전부 헌 돈이었으며 은행 띠지가 아닌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은 또 “은행에서 세어보니 100장에서 한두 장씩 전부 모자라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강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김종필 전 총리(JP)의 당시 DJP 연대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성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지 않은데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면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JP에게 `이번에 내각제 개헌 발의가 안되면 총리도 내놓으십시다'라고 하면, JP는 보좌관을 불러 `야, 청구동 가서 도배해'라고 소리쳤다"며 "내각제가 안되면 총리직을 내놓고 청구동 자택으로 갈 테니 준비해 놓으라는 뜻이었는데 번번이 JP의 그 말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나라당 18대 공천 과정에 대해선 "매일 같이 고함치고 다투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공천 당락에 더 결정적인 것은 후보자의 계파였다. 후보자들이 낸 100쪽의 서류들은 읽어보지도 않았고, 당에 대한 기여도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과 관련해선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이 결정 이틀 전에야 50명 이름이 적힌 명단을 내놓았다고 한다. 강 전 최고위원은 당시 '친이계로 채워진'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했더니 박 전 대표는 "더 이상 사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 후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기자회견을 하고는 대구로 내려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