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통해 '신(新)일본 킬러'로 부상한 봉중근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봉중근은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 2회 WBC 일본과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접전끝에 한국이 3대 5로 패배하자 더그아웃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는 장면이 언론카메라에 포착됐다 .

봉중근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일본의 이와쿠마 히사시와 맞대결을 펼쳤으나 3회초 1사 1,3루에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팀이 0대 1로 뒤진 5회초 무사 1,3루 상황에서 정현욱으로 교체됐다. 4이닝 6피안타 3볼넷 1실점(비자책점).

이번 대회에서 일본전에서만 2승을 거뒀던 봉중근으로서는 자신이 선취점을 내주며 경기 내내 일본에 끌려갔기 때문에 이날 패배가 더욱 가슴 아팠던 것으로 보인다.

봉중근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본 네티즌들은 “사나이의 눈물이다. 너무 멋지다” “정말 수고했고, 자랑스럽다”고 위로했다.

봉중근은 이번 대회에 일본전 3차례 선발등판을 포함해 모두 4경기에서 나와 17.2이닝 2실점(1자책점)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했다. 한국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한국의 WBC 준우승에 최고의 공헌을 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WBC 1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는 5.1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제 1차 한일전의 콜드게임패를 깨끗하게 설욕했고, 지난 18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WBC 2라운드 일본과 승자전에서도 5.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봉중근은 일본의 간판타자인 ‘야구천재’ 스즈키 이치로를 완벽하게 제압해 주목을 받았다. 이치로도 “봉중근의 공은 ‘스니키 패스트볼(실제 스피드 건에 나타나는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직구)’이라서 정말 치기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

이에 네티즌들은 봉중근을 꼭 100년전인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에 빗대 ‘의사(義士) 봉중근’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의사 봉중근이 이치로 히로부미를 저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견제의 달인’으로 불리는 봉중근은 또 지난 18일 한일전에서는 재빠른 견제동작으로 1루에 있던 이치로가 두번 연속으로 ‘헛슬라이딩’을 하게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장면이 편집된 ‘이치로 몸개그 굴욕’동영상은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