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3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60)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을 17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5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남 김해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기 전 박 회장으로부터 3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8일 중 이씨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토대로 계좌추적을 통해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이씨를 시작으로 박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70여명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민주당 이광재·서갑원 의원, 김원기·박관용 두 전직 국회의장, 김혁규 전 경남지사,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도 보강 조사를 거쳐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갑원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따로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측근을 통해 "박 회장과 둘이 따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며,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박 회장과 친분은 있으나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송은복 전 김해시장은 "미국에 출장갈 때 박 회장이 여비에 보태라며 1000달러를 보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검찰 간부 5~6명 외에, 박 회장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1월 검찰 간부인사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P씨 등 일부 검찰 간부들도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누가 포함돼 있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