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6일 '미네르바' 박대성(31)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박씨는 서면인터뷰에서 "얼굴을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박씨는 17일 재판을 앞두고 "내가 경제 애국주의에 희생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모든 것이 경제를 위해 희생돼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내가 이런 고통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60일 이상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안토니오 그람시(※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전기,『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을 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네트워크로 정보를 교류하고 살아왔다. 교도소에 갇힌 이후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다. 여태껏 내가 매트릭스 구조에서 사육당하고 있었다는 느낌도 든다"고 현재 심정을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죄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정도의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감생활이 끝나면 "간섭 받지 않고 질 높은 글을 집중적으로 쓰고 싶다"면서도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수 있을지, 거기에 생각이 미치면 답답하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금융위기 등에 대한 글을 올려 인터넷에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9일 그가 쓴 "정부가 긴급 업무명령을 통해 금융기관 등에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글이 허위사실 유포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지난 1월7일 검찰에 긴급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