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의 새 외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나라들이 있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이다.

오바마 정부는 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개입(engagement) 정책' 기조 아래, 최근 이란·시리아·러시아에 잇달아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과거 조지 W 부시(Bush)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누려왔던 이스라엘과 동유럽 국가, 친미 성향의 아랍 국가들은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새 접근 방식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먼저 이스라엘은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란이 미국과 화해할 경우 자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질까 걱정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해 온 시리아가 미국과 친해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이스라엘에는 베냐민 네타냐후(Netanyahu)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 연정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 정책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친미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도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미국의 압박을 벗어나 레바논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폴란드, 체코,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도 미국·러시아의 화해 움직임에 경계를 나타낸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애써왔던 이들 국가는 부시 정부의 미사일 방어 계획(MD)에 협조를 아끼지 않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지난해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도 제대로 문제제기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 덥석 대화를 재개하는 게 내키지 않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침공해도 안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러시아가 이란에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팔지 않는다면, 미사일방어 계획(MD)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동맹국들이 염려할 정도의 무조건적인 '개입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 외교 정책은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로버트 케이건(Kagan)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오바마 외교정책이 '리셋(reset·재설정)' 버튼을 눌렀다고는 하지만 사실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적인 목표와 명제들은 변하지 않았다"며 "파키스탄 국경지대 탈레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적과는 고위급 대화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