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쇼핑센터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일(3일)을 전후해 붉은 속옷을 사려는 인파(人波)로 북새통을 이뤘다. 개점일 하루 동안 6층 란제리 코너는 7억원의 속옷 매출을 올렸다. 예비 개점일인 1~2일 이틀 동안에도 1억5000만원의 붉은 속옷이 팔렸다.

붉은 속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영남지방 특유의 속설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백화점과 속옷 가게가 개업하는 날 붉은 속옷을 사면 재운(財運)과 행운(幸運)이 동시에 깃든다'는 믿음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전쟁이나 위험지역으로 떠날 때나 도박판에 갈 때도 붉은 속옷을 입는다"며 " '수험생이 붉은 속옷을 입거나 지니고 있으면 합격한다' '아들을 못 낳는 여자가 아들을 낳은 여자 속옷을 입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군 입대를 앞두거나 가수 지망생 아들에게 붉은 속옷을 사주는 부모도 있는데 이것이 다 행운과 복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장 학예연구관은 "붉은 속옷을 입거나 선호하는 것은 일상과 다른 행위를 통해 악을 막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에서 기인한 것"이며 "음의 세계인 귀신을 쫓아내고 양의 세계인 빛을 불러온다는 뜻에서 붉은색이 사용되지만 최근 붉은 속옷에 대한 것은 상술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민속박물관측은 붉은 속옷에 대한 속설은 우리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에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붉은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깃들고 노인이 입으면 원기를 회복하고 회춘한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에서는 붉은 속옷에 행복과 재복이 깃들어 있어 혼례식 때 신랑·신부가 모두 붉은색 속옷을 입는 것이 전통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여성 속옷이 두려움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반정부 단체들은 현 군사정권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여성 속옷을 보내는 시위를 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의 과도한 정숙을 요구하는 극우 힌두단체 '스리 람 세나'(SRS)지도자에게 항거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이 '핑크색 속옷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