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구속) 회장이 경영하는 태광실업이 2006년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대근(65) 당시 농협 회장이 태광실업이 인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지금까지 박 회장이나 정씨는 모두 매각이나 입찰 정보를 받거나 건네준 적이 없다고 진술해왔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박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농협측에서 휴켐스 매각을 담당했던 신모씨는 증인으로 출석, "정씨가 태광실업을 도와주라고 했다는 (윗선의) 이야기를 듣고 휴켐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어디인지 등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신씨는 "입찰 당일에는 경쟁 업체들에는 1500억원 이상을 써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태광실업에는 '1800억원 이상은 써내야 입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광실업측의 인수 실무자였던 안모씨도 "오세환 농협 상무와 신씨가 '미리 경쟁사의 입찰가격을 알려줄 테니 그보다 조금 더 높게 쓰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안씨는 "농협이 입찰 참가 예상업체나 매각 일정, 낙찰가 관련 정보를 수시로 제공했으며 접촉 결과를 10여 차례 문서로 작성해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박 회장측 변호인은 "실제 농협측이 응찰 가격을 알려줄 방법도 없었고, 후에 알려준 가격도 근거를 갖고 한 말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농협 측에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바람에 1931억원을 써 내 2순위 업체보다 252억원이나 더 비싼 값에 휴켐스를 사는 사기를 당했다"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자신이 보유한 휴켐스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250억원을 대출받아 탈루한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탈루한 세금액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7억2000여만원과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90억여원이다.